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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연설에는 언제나 잔잔한 울림이 있다.
그는 시인의 감성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낼 줄 아는 리더다. 담당 부서에서 올라오는 행사용 원고를 그대로 읽지 않는다. 원고는 행사의 개요를 파악하기 위한 초안일 뿐, 언제나 자신의 목소리를 덧입힌다. 특히 장애인 체육 현장에서 자주 만나는 도 장관의 연설은 그의 시와 닮았다. 진솔하고 따뜻하다.
전세계 장애인선수와 체육인들이 함께하는 평창패럴림픽 현장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13일 오후 7시 강릉올림픽파크 내 코리아하우스에서 '대한민국의 밤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 도 장관을 비롯해 이희범 평창올림픽·패럴림픽조직위원장,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체육협력관, 이명호 대한장애인체육회장(KPC), 전혜자 사무총장, 배동현 대한민국 선수단장(창성건설 대표), 정진완 평창패럴림픽 총감독(이천훈련원장) 등 내빈들과 앤드류 파슨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위원장, 37개국 국가패럴림픽위원회 위원장(NPC)과 선수단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주최국 대한민국의 밤을 축하하고 기념했다.
도 장관이 환영사를 하기 위해 연단에 올랐다. 9일 패럴림픽 사전 리셉션, 시각장애인 공연에서 받은 감명을 소개했다. "그날의 자막 중 '기억해주세요. 삶 자체가 도전이고 삶 자체가 기적인 사람이 있습니다'라는 문구에 시선이 멈췄다"고 했다. "매일매일의 삶이 거대한 도전이고 기적인 사람들이 있다. 전세계에서 온 570명의 선수들의 매일이 그렇다. 우리는 그들의 도전과 기적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크로스컨트리 선수 서보라미의 이야기를 직접 언급했다. "서보라미라는 크로스컨트리 선수가 있다. 19세때 계단에서 넘어지며 척수장애가 찾아왔다. 병상에 있는 동안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이 자살 도구로 보이더라고 말했다. 자살하기 위해 계단위에서 떨어져 죽으려 하다 계단 아래서 간호하다 지쳐 들어오는 어머니를 보았다고 했다. 그래서 죽지 못하고 다시 돌아서서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동상이 걸린 줄도 모르고 발톱이 빠진 줄도 모르고 크로스컨트리 훈련에만 전념했다고 한다. 운명을 새롭게 바꾸려는 그의 노력을 뜨거운 마음으로 응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도 장관은 미국 시인 엘라 휠러 윌콕스의 시 '보상(Reward)'를 소개했다. '운명은 나를 비천하게 사용했다/나는 운명을 향해 웃었다/내가 얼마나 쓴잔을 들이켜야 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어느날, 기쁨이 찾아와 내 곁에 앉았다/그리고 말했다/나는 네가 왜 웃는지 알아보기 위해 왔다.'
봄밤, 강릉올림픽파크에 모은 장애인체육인들의 가슴속에 먹먹한 시의 감동이 퍼져나갔다. "울고만 있는다고 해서 운명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운명을 향해 쓴잔을 마시면서 웃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 패럴림픽 선수들입니다. 그들의 도전을 응원합시다. 그들이 하루하루 기적을 만들어가도록 응원하고 또 응원합시다"라는 말에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평창패럴림픽이 여러분의 기억에 오래도록 아름답고 행복하게 남기를 기원한다"는 말로 따뜻한 환영사를 마쳤다.
파슨스 IPC위원장이 도 장관을 향해 "아름다운 시를 읽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평창패럴림픽 현장을 발로 뛰는 모든 이들에게 한편의 시로 위로를 주는 장관, 장애인선수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리더가 있다.
강릉=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