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설상종목 자원봉사자들이 평창올림픽 현장에서 정말 많은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직접 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체감온도 영하 40도를 오르내리는 현장에서 하루종일 눈을 고르는 이분들 덕분에 대회가 잘 치러지고 있습니다."
"스키를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죠. 세상에 이런 중노동, 상노동이 없어요. 하하." 현장을 총괄하는 1986년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 박재혁 평창올림픽 알파인스키 경기위원장 겸 스키지도자연맹 부회장(55)이 알파인스키장 자원봉사자들의 지난 50일 이야기를 풀어냈다.
|
|
|
|
이들의 하루는 여명이 시작되기 전인 칠흑 어둠과 혹한 추위 속에서 시작된다. 새벽 4시반에 일어나, 새벽 5시반 슬로프 꼭대기에서 이른 아침을 해결한 후부터 본격적인 정설 작업이 시작된다. 회전, 대회전 종목의 슬로프는 단단해야 한다. 코스를 확인한 후 30~40명이 한몸처럼 움직이며 '인젝션(injection, 주사)' 작업을 이어간다. 슬로프에 물을 주사한 후 10cm 간격으로 얼려 내려오면서 바닥을 단단하고 평평하게 고르는 고난도 작업이다. 산꼭대기라 영하 25~27도를 웃도는 날씨. 칼바람이 더해지면 체감온도는 영하 40도에 달한다. 혹한 속에 짧게는 6시간, 길게는 12시간 작업이 쉼없이 이어진다. 대가 없는 희생치곤 가혹할 정도다.
'스키'라는 공통분모로 엮인 이들은 서로를 의지한다. 함께 두고두고 이야깃거리가 될 고생을 사서하지만 표정만은 밝다. 용평에서 청춘을 보낸 최고의 스키어들은 평창의 성공을 자신의 일처럼 생각한다.
메달리스트 출신의 박 위원장은 "우리는 모두 스키라는 공통분모로 묶인 사람들이다. 나는 열 살 때 이곳에서 처음 스키를 탔다. 용평스키장의 혜택을 본 사람"이라고 했다. "용평스키장은 평창올림픽의 유치의 기반이 된 곳이다.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곳에서 혜택을 받고 자란 우리 스키인들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평창올림픽에서 최고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 봉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웃었다.
|
|
|
이날 현장에서 만난 김 단장의 얼굴은 유난히 환했다. "집에 온 기분이죠"라며 하하 웃는다. 아버지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이 평생을 바쳐 일군 용평스키장에서 전세계 최고의 스키어들이 경연을 펼치고, 선진 스키문화를 이끌어가는 스키지도자연맹 임원과 지도자들이 이곳에서 진심을 다해 봉사하고 있다. 평창올림픽 설상 경기장도, 대회 운영도 김 단장과 스키인들의 조건없는 헌신 덕분에 가능했다.
1차 런이 끝난 후 슬로프를 내려온 '지도자 자봉'들이 '회장님' 김 단장을 발견하고 반색한다. 신나게 하이파이브를 나눈 후 씽씽 달려내려갔다. '스키인' 김 단장의 얼굴에 흐뭇함이 스쳐지나간다. "너무너무 고맙죠. 고생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미안하기도 하고… 무슨 말이 더 필요합니까. 눈빛으로 서로 다 아는 사이인데요. 스키에 대한 열정 하나로 평창올림픽을 지킨 우리 지도자들, 자원봉사자들 많이 칭찬해주세요."
평창=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