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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컬링]'값진 銀'대한민국을 뒤흔든 컬링키워드#의성마늘#영미야#한일전설욕#안경선배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2-25 11:14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한국과 일본의 준결승전이 23일 오후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렸다. 컬링 대표팀이 일본에 승리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은메달을 확보한 대표팀 선수들이 경기 종료 후 기뻐하고 있다. 강릉=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2.23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키워드는 단연 컬링이다.

믹스더블로 촉발된 컬링의 인기는 김은정을 중심으로 한 여자 대표팀의 활약으로 폭발했다. 매경기 검색어 상위에 오르고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은 화제의 중심이 됐다. '도장깨기'처럼 강호들은 연파해 온 여자 컬링 대표팀은 사상 첫 올림픽 은메달이라는 신화를 썼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컬링키워드 4개를 정리했다.


.강릉=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의성마늘

컬링으로 대한민국이 들썩거리는 사이, 경북 의성군은 감격의 환호를 질렀다. '팀 킴'은, 팀원 다섯 명 중 네 명이 경북 의성군 출신이다. 의성은 인구가 5만3500명에 불과한 작은 시골. 마늘이 유일한 특산품이다. 그래서 '팀 킴'은 '마늘소녀'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제 그녀들은 의성마늘보다 더 유명해졌고, 의성은 마늘이 아닌 컬링의 고장이 됐다.

경북 의성여중·고 출신인 대표팀 선수들은 처음엔 "놀 게 없어 컬링을 시작했다"고 한다. 2006년 의성에 국내 최초의 컬링경기장이 생겼다. 김은정과 김영미가 2007년 방과후 특기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했고, 6개월 뒤 김영미의 친동생 김경애가 물건을 갖다 주러 컬링장에 왔다가 얼떨결에 따라 하게 됐다. 의성여중 2학년이던 김경애가 학교 칠판에 '컬링할 사람'이라고 적었는데 친구 김선영이 자원하며 지금의 팀이 완성됐다. 전설의 시작이었다.



#영미야

"영미야~~~." 단연 이번 대회 최고의 유행어다. 영미는 김은정과 컬링을 함께 시작한 친구이자 리드인 김영미의 이름이다. 김영미는 세컨드인 김선영과 함께 스위핑에 나선다. 이번 대회에서는 유독 김영미 방향으로 스위핑할 일이 많아 김은정이 유난히 "영미"를 불렀다. 공교롭게도 김은정이 목놓아 영미를 외칠 때마다 마법이 일어났다. 외신들은 '영미'가 작전명이라고 했을 정도. 팬들은 '영미' 소리가 들릴때마다 열광했다.

네 살 꼬마도 외치는 '영미'는 이제 컬링과 동의어가 됐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영미를 외치는 강도에 따라 작전을 구분짓는 분석까지 나왔다. '영미~'는 '스위핑을 시작하라'는 의미다. '영미야~'는 '스위핑을 멈추고 기다리라'는 주문이다. '영미야!!!!'는 '더 빨리 스위핑을 하라'는 것이고, '영미영미영미~'는 '더 이상 스위핑을 할 필요 없다'는 것. 이 밖에도 영미를 활용한 수많은 패러디와 '짤'을 양산해내며 컬링 인기의 불을 지피고 있다.



#한일전설욕

'팀 킴' 질주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23일 일본과의 4강전이었다. '가위바위보'도 질 수 없는 숙명의 한일전에, 승리한다면 사상 첫 결승진출이라는 대업까지 이룰 수 있는 경기였다. 하지만 일본은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예선에서 한국에 유일하게 패배를 안긴 팀이 일본이었다. 한국은 1엔드에서 3점을 얻는 등 경기 내내 일본을 압도했다. 8엔드에서 7-4로 앞서며 손쉽게 승리를 챙기는 듯 했다. 더욱이 10엔드는 한국의 후공이었다.

하지만 드라마를 위해서였는지, 꼬이기 시작했다. 9엔드에서 2점을 준데 이어 10엔드에서는 스틸을 당했다. 결국 승부는 11엔드로 이어졌다. 10엔드서 실수를 연발했던 김은정이 안경을 고쳐썼다. 일본의 스킵 후지사와의 절묘한 샷으로 1번 스톤을 뺏긴 상황, 김은정은 무조건 마지막 스톤을 버튼에 붙여야 했다. 김은정은 침착하게 드로우를 했고, 그 샷은 기가 막히게 버튼에 자리했다. 역사에 남을 명승부에 대한민국이 들썩거렸다. 김은정의 '그 샷' 때 시청률은 46%에 달했다.



#안경선배

'팀킴'의 중심은 스킵 김은정이다. 김은정은 이번 대회 내내 화제의 중심이었다. 수많은 별명을 보면 알 수 있다. 김은정은 바나나를 먹을 때 조차 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하다는 뜻에서 '엄근진'이라고, 스웨덴전과 일본전 후에는 관중석을 향해 승리의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선보여 '걸크러시'라고도 불린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안경선배'다. 네티즌은 동그란 뿔테 안경을 쓴 채 무표정으로 경기에 집중하는 김은정에 '안경선배'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안경을 벗고 머리를 풀면 반전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는 뜻도 숨어있다. 얼음 위에서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달리 김은정은 경기장 밖에서의 천진난만한 반전매력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김은정은 새로운 유형의 아이콘이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강조해 온 한국 사회에서 안경과 무뚝뚝함, 어찌보면 기피해 온 인상이 트레이드 마크다. 이는 김은정의 무기다. 한때 상대의 심리전에 말렸던 김은정은 흔들림없는 표정으로 상대를 압도한다. 이런 그를 보고 상대팀 선수들은 "로봇과 싸우는 것 같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했다.


강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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