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윤의 동메달은 정말 대단한 메달이다." "그간의 땀과 눈물에 대해 하늘이 복을 내렸다."
김태윤의 동메달은 값지다.
첫째, 시련과 부담감 등 모든 악조건을 이겨낸 메달이다. 모태범의 뒤를 이을 '단거리 스프린터'로 주목받아온 김태윤은 최근 2년간 마음고생이 심했다. 삿포로동계올림픽 선발전에서 500m 레이스중 넘어지며 믿었던 태극마크를 놓쳤다. 선수 인생 최악의 시련이었다. 평창올림픽 선발전에서 1000m 출전권을 따냈지만, 기대했던 500m 출전권은 아깝게 놓쳤다. 1000m, 한종목만 바라봤다.
김태윤은 23일까지, 동료들의 경기가 모두 끝난 후까지 외로운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가야 했다. '라이벌 형' 차민규, 후배 김민석이 잇달아 메달을 따는 것을 지켜봤다. 자극이자 부담이었다. 훈련중 여자팀추월 팀워크 논란으로 대표팀내 분위기도 흔들렸다. 모든 악조건을 이겨냈다. 피와 땀, 간절함 하나로 기적을 일궜다.
둘째, 모든 것을 강릉오벌에 맞게 치밀하게 준비했다. 올림픽 시즌 대부분의 선수들이 많은 것을 바꾸지 않는다. 기존의 루틴을 고집한다. 김태윤은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선발전, 500m 레이스중 넘어지며 믿었던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선수 인생 최악의 시련이었다. 평창올림픽을 목표로 심기일전했다. 평창올림픽 테스트이벤트인 종목별 세계선수권에서 13위를 한 후 스케이트날을 바꿨다. 평소 타던 네덜란드 바이킹사의 '긴 날' 대신 캐나다 메이플사의 '짧은 날'로 과감한 변화를 택했다. 다른 링크에 비해 상대적으로 빙질이 무른 강릉의 특성을 간파했다. "원래 타던 날은 한국선수들이 많이 타는 날인데 강도가 약하다. 속도가 날 때는 더 좋다. 내가 바꾼 날은 강도가 더 강해서 힘을 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강릉오벌의 무른 빙질에 맞게 자신의 체중도 줄였다. "강릉 스케이트장 얼음이 좀 물렀다. 무겁거나 힘이 너무 세면 얼음이 깨져서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3~4㎏을 뺐다"며 웃었다. 81㎏의 몸무게를 76~77㎏까지 줄였다.
소속팀 서울시청 역시 유일한 평창국가대표 김태윤을 적극 지원했다. 김태윤은 강릉 입성 직전 얇아진 날을 새날로 교체했다. 대표팀 내 장비담당이 있지만 모든 선수들을 관리하기 때문에 정신없이 바쁜 상황, 소속팀이 장비 관리를 위한 전문인력을 파견, 김태윤의 맞춤형 스케이팅을 도왔다.
셋째, 자신의 부족함을 간절한 노력으로 극복했다. 200~600m 구간에서 월드클래스, 세계 1~3위권 기록을 내는 이선수의 약점은 마지막 구간 종속이었다. 평창올림픽, 마지막 피니시라인까지 김태윤의 속도는 줄어들지 않았다. 환상의 스케이팅을 보여줬다. 비결을 묻는 질문에 겸손하게도 안방 관중들에게 공을 돌렸다. "준비를 열심히 했지만, 관중들의 환호를 들으며 타는 게 처음이었다. 몸에서 열도 나고, 긴장해서 그런지 몸도 가벼워졌다. 종속이 줄지 않는데 큰 도움이 됐다"며 감사를 표했다.
1000m는 순발력과 지구력을 두루 갖춰야 하는 종목이다. 그만큼 경험과 운영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절친한 선배이자 이종목 밴쿠버 금메달리스트 모태범의 조언에도 귀를 기울였다. "태범이형이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스케이팅이 안 좋을 때면 늘 이야기해준다. 웃으며 운동하는 분위기를 이끌어주셔서 즐겁게 준비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단거리 스프린터로서 500-1000m의 건전한 경쟁구도도 도움이 됐다. 1년 선배이자 라이벌인 차민규(동두천시청)가 500m에서 깜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부분은 김태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강력한 자극제가 됐다.
소속팀 서울시청의 윤의중 감독은 "태윤이는 200~600m 구간에서 세계 1~3위권 능력을 보유한 선수다. 종속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오늘 마지 막까지 속도가 줄지 않았다.월드컵 다녀온 후 장거리 연습, 1500m 연습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 값진 동메달을 따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너무 열심히 했다. 힘든 일도 많았는데 죽기살기로 준비했다. 오늘 자신의 120%를 탔다. 이 어려운 일을 해냈다"며 제자의 쾌거를 흡족해했다.
강릉=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