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하늘숲길트레킹

스포츠조선

[평창 스토리]엄마가 말하는 아들 최재우, 랭킹 4위 모굴선수로 키운 사연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8-02-08 14:44


왼쪽부터 최재우 형, 엄마, 최재우 사진제공=최재우 모친

어릴적 최재우 사진제공=최재우 모친

국가대표 최재우 사진제공=스포티즌

엄마(이미란씨)는 둘째 아들(최재우)에게 '모굴 스키'로 전향하자고 제안했다. 초등학교 3학년 최재우는 둔 덕을 타고 내려오는 모굴 선수가 된다는 게 신났다. 그에게 알파인 스키는 평범했다. 최재우는 어릴적부터 모험심이 남달랐다. 엄마는 "우리 재우는 스키를 뒤로 타고 슬로프를 내려오고, 점프하고, 나무 사이로 탈 때 더 즐거워했다"고 말한다.

그런 최재우(24·대한스키협회)가 지금 프리스타일스키 모굴 한국 최고 선수로 성장했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모굴에 출전, 우리나라 올림픽 사상 첫 설상 종목 메달에 도전한다. 남자 모굴 1차 예선은 9일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다. 2차 예선과 결선(20강, 12강, 6강)은 12일에 벌어진다.

최재우의 이번 시즌 월드컵 랭킹은 4위. 역대 최고 랭킹으로 전문가들은 최재우를 이번 올림픽 '다크호스'로 꼽는다. 홈 슬로프(휘닉스 스노 경기장)의 이점을 살린다면 한국 스키 역사에 새로운 한 줄을 그을 수도 있다.

지금의 최재우를 만든 건 부모의 전폭적인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재우가 스키를 처음 접한 건 네살 때다. 아버지(최기연씨)는 최재우와 친형을 데리고 자주 포천 베어스타운 스키장에 갔다. 운동 센스가 좋았던 최재우는 형 보다 스키를 더 빨리 잘 탔다고 한다. 주변 어른들은 "꼬마가 정말 스키를 잘 탄다"고 칭찬이 자자했다. 그때 전 국가대표팀 지도자를 지낸 박재혁을 만났고 7세때부터 스키 선수로 국내 주니어대회에서 메달을 쓸어담았다.

아버지는 아들의 꿈을 키워주었다. 최재우 모침 이미란씨는 최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남편은 '국내에서 메달 한박스 따오면 뭐하나. 칼을 뽑았으면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는 선수가 되자'는 마인드였다"고 했다.

그래서 최재우는 8세 때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엄마와 겨울 방학 때마다 캐나다 휘슬러로 3~4개월씩 스키 유학을 갔다. 스키 아카데미에서 영어까지 배웠다. 당시 최재우는 휘슬러에서 스키 잘 타기로 유명했다. 동양에서 온 꼬마가 휘슬러 주니어대회에서 입상을 밥먹듯 했다. 당시 캐나다 상비군 선발전에서 1등도 했다. 그때 엄마는 캐나다 코치로부터 아들의 귀화 제안까지 받았다.

최재우의 선수 인생은 모굴로 전향하면서 달라졌다. 엄마는 향후 아들의 국제 경쟁력을 보고 알파인 스키 보다 모굴이 낫다고 판단했다. 그는 "휘슬러에서 만났던 북미 유럽 선수들을 보면 동양인과는 골격 자체가 달랐다. 재우가 커서 저런 선수들을 알파인 스키로는 이기기 힘들어 보였다. 체격 조건 보다 기술이 필요한 모굴은 동양인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겠다고 봤다"고 말했다. 아들은 엄마의 제안을 듣도 "재미있겠다"며 받아들였다.

엄마는 어린 아들에게 "공부하라"는 얘기는 안 했다. 최재우는 어릴적 스키 뿐 아니라 자전거, 인라인스케이트, 수영, 골프 등을 고루 배웠다. 주변에서 "아들을 운동 선수로 키워보라"는 얘기를 참 많이 들었다. 최재우는 초등학교 4학년까지 공부와 스키를 병행했다. 하지만 아들은 일상은 피곤함의 연속이었다. 이후 공부 비중을 줄여주었다.


엄마는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최재우를 "집안에선 딸 같은 아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아들의 두번째 올림픽 경기를 보기 위해 예선과 결선 티켓을 예매했다. 최재우는 4년전 소치올림픽에선 12위를 기록했다. 엄마는 "남편은 안 갈 것 같다. 나도 평소 아들의 월드컵 경기를 현장에서 잘 보지 않는다. 이번 올림픽은 홈 경기라 보고 싶다. 내가 할 건 기도 뿐이다. 재우가 경기에서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프리스타일스키의 한 종목인 모굴은 약 250m(길이) 경사 28도 슬로프에 설치된 둔 덕 사이를 내려오면서 두 차례 공중 점프 연기를 펼친다. 턴 점수 60%, 공중 동작 20%, 시간 점수 20%로 순위를 매긴다.


평창=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최재우의 연도별 월드컵 랭킹 변화

연도=랭킹

2013년=24위

2014년=26위

2015년=23위

2016년=23위

2017년=13위

2018년=4위

◇최재우의 2017~2018시즌 월드컵 대회 성적

차수=대회=순위(점수)

1=루카(핀란드)=6위(6강 실격)

2=타이우(중국)=4위(78.82)

3=타이우=4위(82.90)

4=캘거리(캐나다)=5위(81.74)_

5=디어밸린(미국)=16위(16강 실격)

6=디어밸리=9위(76.89)

7=트렘블랑(캐나다)=4위(87.67)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