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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봅슬레이 '452회 주행' 평창트랙 해부, 윤성빈의 경쟁자는 없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8-01-31 18:27


정소피아(왼쪽). 평창=김진회 기자

계획했던 500번의 주행은 못 채웠다. 하지만 근접했다. 452회. 봅슬레이 남자 2인승 원윤종(33)-서영우(27) 조가 지난 2016년 10월부터 평창 트랙이 얼려졌을 때마다 탄 총 주행횟수다. 지난달 초 국제대회를 포기하고 국내훈련으로 전환한 뒤에는 매일 8~10차례씩 주행했다. 이 용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 총 감독은 31일 평창동계올림픽 미디어데이에서 "외국인 코치들과 결산을 했다. 봅슬레이는 452회, 스켈레톤은 380회 정도 탔다"고 설명했다.

평창 트랙은 16개 코스로 구성돼 있다. 해부는 '오답노트' 활용이었다. 가장 기록이 나오지 않는 코스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이 감독은 "한 개의 코스를 완성하기 위해선 4~5일이 걸렸다. 한 번 타고 내려오면 그 주행라인의 높이부터 코스 출입 위치와 높이까지 상세하게 분석했다. 최소 8~10번은 타야 한 코스를 분석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변수는 역시 추운 날씨에 따른 얼음 상태였다. 지난해 10월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 얼음을 얼려 주행훈련을 할 때와는 빙질이 천양지차였다. 이 감독은 "지난해 10월과 지금의 얼음 상태는 100%가 다르다. 지난해 10월은 날씨가 따뜻했기 때문에 홈 이점을 살리지 못했다. 당시 얼음 온도가 영하 1~2도였다. 지금은 기온도 영하 10도에다 얼음 온도마저 영하 20도"라고 했다. 최근 한파는 봅슬레이대표팀에 행운이었다. 올림픽 때 탈 얼음의 상태와 비슷하게 형성됐기 때문이다. 더디던 기록단축이 시작되자 그만큼 자신감도 향상됐다.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 감독은 "사실 그 전까지 괴로웠다. 봅슬레이 2인승은 세계랭킹 1위를 찍은 뒤 지난 시즌 3위를 해 올 시즌 굉장한 자신감을 가지고 나섰지만 예기치 않은 실수로 인해 돌아오게 됐다. 많은 질타가 있었다. 부담감도 있었다. 선수들에게 복잡한 상황을 얘기하지 않았다. 괴로움은 선수들이 떨쳐내줬다. 원윤종은 2주 전까지만 해도 얼음 상태가 지난해와 달라 기록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2주 후부터 기록이 단축되고 스타트가 좋아지더라. 전혀 생각지도 못한 푸시와 드라이빙 기록이 나왔다. 이 기록이라면 독일, 캐나다 등 어느 팀이 온다고 하더라도 0.1초, 0.01초 경쟁보다 1~2차 시기부터 압도적인 기록이 나오지 않을까"라며 장밋빛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썰매 종목에서 홈 이점이란 4번의 주행에서 얼마나 실수를 하지 않느냐에 달려있다. 평창은 구간별로 협소하다. 4인승의 경우 주행에 대한 부담도 상당하다. 당연히 부딪혀야 될 코스도 있다. 실수를 범할 팀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래서 많이 타서 실수를 최대한 줄여야 했다. 지금은 10번이면 10번 모두 실수를 하지 않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눈으로 확인한 기록으로 이 총감독은 올림픽 경기를 2주 정도 앞두고 명확한 목표를 세울 수 있었다. 봅슬레이 2인승 금메달이었다. 이 감독은 "지금 시점에서 조심히 얘기해야 할 이유가 없다. 최종목표는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다. 2인승은 금메달의 목표를 잡고 있고 4인승은 메달색이 관계없다"고 말했다.


이 감독이 예측한 두 개의 금메달에는 스켈레톤계 '신 황제' 윤성빈(24)이 포함된다. 이 감독의 확신은 100%다.

윤성빈은 겸손함 속에 날카로운 칼을 숨기고 있었다. "올림픽 시즌을 치르면서 경계해야 할 선수가 한 선수(마르틴스 두쿠르스)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사실 미주 트랙에선 두쿠르스를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감이 있었다. 사실 유럽을 넘어가서도 경기를 해보고 결과를 만들어냈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스스로를 의심했었다. 이번 올림픽도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 그러면서도 "월드컵 7차 훈련을 마치고 평창 트랙에서 훈련했을 때 다른 점을 알아가는데 며칠의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현재 나는 완전 준비가 끝났다"며 당당함을 뽐냈다.

경쟁자는 단 하나, 바로 자신이다. 이 감독은 "더 이상 두쿠르스 얘기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윤성빈은 자신과의 싸움만 남았다고 보면 된다"고 금빛 분위기를 전했다.

평창=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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