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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드라마는 끝났다, 그러나 '정 현 신드롬' 현재진행형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8-01-26 19:43


ⓒAFPBBNews = News1

지난 2주간 한국은 그야말로 '정 현 신드롬'으로 들썩였다.

사실 정 현은 호주오픈 남자단식 2회전에서 만난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53위)를 꺾을 때까지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각), 세계랭킹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21·독일)을 꺾자 순식간에 '정 현' 붐업이 일었다. 그 동안 1981년 US오픈 여자단식에서 16강에 올랐던 이덕희(65·은퇴), 2000년과 2007년 US오픈에서 16강을 달성한 이형택(42·은퇴)과 그랜드슬램 단식 최고 성적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 순간부터였다.

그리고 또 다른 기폭제도 있었다. 16강 상대가 전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14위)였다. 정 현의 우상과의 만남에 팬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결과는 정 현의 완승. 빠른 발과 조코비치의 백핸드 스트로크를 공략하면서 만들어낸 전략의 승리였다. 정 현이 걷는 길이 곧 한국 남자 테니스의 역사였다. 한국인 최초로 그랜드슬램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무섭게 성장한 정 현의 기량에 팬들도 놀랐다. 정 현은 약점인 포핸드 스트로크를 보완했고 서브 구속도 늘렸다. 게다가 리턴 능력까지 좋아진 정 현은 유리한 경기운영으로 세계 톱 랭커들을 제압하며 기적을 일궈냈다.


ⓒAFPBBNews = News1
정 현의 위대한 도전에는 브레이크가 없었다. 8강을 넘어 4강행 티켓까지 챙겼다. 상대는 세계랭킹 97위 테니스 샌드그렌이었다. 경기내용은 압도적이었다. 주니어 시절 윔블던 준우승을 경험한 바 있지만 성인이 된 뒤 메이저대회 8강은 처음 서 본 무대였다. 그러나 정 현은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 당당했다. 잃을 게 없었다.

정 현은 또 다른 매력도 발산했다. 바로 온코트 인터뷰였다. 당당하게 영어로 인터뷰한 정 현은 위트가 넘쳤다. 재치있는 답변으로 로드 레이버 아레나를 가득 메운 관중들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게다가 인터뷰 말미에 한국 팬들에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수요일에 보자", "금요일에 보자"라며 한국어로 한 말들은 한국인의 자긍심까지 고취시켰다.


ⓒAFPBBNews = News1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였다. 특히 스토리가 담긴 '위닝 사인'도 큰 관심거리였다. 경기가 끝난 뒤 카메라 렌즈에 승자만 쓸 수 있는 메시지였다. 정 현은 조코비치를 이긴 뒤 삼성증권 사령탑이었던 김일순 전 감독을 가리켜 '캡틴! 보고있나'라고 썼다. 이어 4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에는 '충 온! 파이어'라고 적었다. 자신의 성 영문 표기명(CHUNG)을 '정'이 아닌 '충'으로 읽는 외국 선수들이 많아 위닝 사인에 접목시켰다.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피겨여왕' 김연아와 '마린보이' 박태환급의 인기몰이 중이었다. 테니스는 한국에서 동호인은 많지만 축구와 야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인기종목이었고 열악한 환경과 인프라 속에서 세계 톱 클래스 선수들을 하나, 둘씩 쓰러뜨리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팬들이 열광했다.


ⓒAFPBBNews = News1
26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나선 호주오픈 4강전. 아쉽게 결과는 기권패였다. 정 현의 호주오픈 여정은 여기까지였다. 그러나 충분히 박수받을 만 했다. 특히 부상을 안고도 투혼을 펼치며 한국 테니스사를 새로 썼기 때문이었다.

기적의 드라마는 끝이 났지만 '정 현 신드롬'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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