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처음이라서…" 엘리자베스 성장기에 담긴 '이도희의 자화상'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8-01-16 21:07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자! 얼른 얼른 질문 주세요!"

여장부 아니랄까 호방한 기세는 여전하다. 16일 서울장충체육관에서 만난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의 모습이다. 경기 전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이 감독의 목소리는 힘차다. 당당함이다. 그런데 그 속엔 미세한 떨림이 있다. 어조도 다소 빠르다. 슬며시 느껴지는 감정은 긴장. 그러자 잠시 잊고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그가 지난해 4월 현대건설 지휘봉을 잡은 '초보 사령탑'이라는 점.

해설위원 경력으로 다져진 언변이 유창하다. 답변엔 막힘이 없다. 그러다가 슬며시 웃는 이 감독. 외국인선수 엘리자베스 이야기가 나왔을 때다. "아무래도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 같아요."

올 시즌 리그 초반 거침 없는 공격력으로 연착륙하는 듯 보였던 엘리자베스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흔들렸다. 엘리자베스의 부진과 함께 현대건설도 주춤했다. 2라운드까지 선두 질주를 하던 현대건설은 3라운드부터 흔들렸다. 어느새 순위는 3위로 떨어졌다. 16일 GS칼텍스전을 앞둔 현대건설의 승점은 33점. 2위 IBK기업은행(승점 38)에 승점 5점 뒤쳐졌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하락세의 이유는 분명하다. 엘리자베스의 부진. 그렇다면 엘리자베스 부진은 왜? 이 감독은 "엘리자베스가 에이스 역할을 맡는 게 처음이라고 하더라. 아무래도 처음이라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기술, 체력보단 정신적 문제라는 얘기다. 이 감독은 "엘리자베스가 지난 경기에서도 첫 세트에 너무 긴장을 했다. 훈련 때와는 전혀 다른 경기력이 나온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기술적인 부분은 갖춰진 선수라 그 부분에 대해선 따로 잡아줄 것은 없다"고 했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처음 맡는 에이스라 긴장감에 흔들리는 엘리자베스. 바로 이 외국인선수의 부진에 '이 감독의 자화상'도 담겨있다. 선수 멘탈 관리는 감독의 역할 중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다. 기술과 체력은 반복 훈련으로 극복할 수 있다. 이 감독은 현대건설 지휘봉을 잡자마자 강도 높은 훈련으로 선수들의 기본기와 체력을 끌어올렸다. 여기까진 합격점. 하지만 선수 멘탈 관리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앞으로 이 감독이 풀어가야 할 숙제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에이스가 처음이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는' 엘리자베스. 그런 엘리자베스를 어떻게 끌고가야 할지 부지런히 해법을 찾아 헤매고 있는 '초보 사령탑' 이 감독. 그는 "엘리자베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수도 없이 해봤다. 내가 선수 때 해봤던 여러 방법들을 알려주기도 했다"며 "말이 잘 통하지 않을 땐 손짓 발짓 다 해서 엘리자베스와 소통하고 있다"며 웃었다.


이 감독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엘리자베스는 경기 초반 흔들렸다. 리시브도 불안했다. 이런 엘리자베스를 이 감독은 묵묵히 지켜봤다. 각자의 위치에서 마음 졸이던 초보 감독과 초보 에이스. 하지만 이후 몸이 풀렸는지 엘리자베스의 득점포가 터졌다. 엘리자베스는 이날 25득점을 올리며 팀의 세트스코어 3대1(19-25, 25-18, 25-20, 25-13) 승리를 이끌었다.

이 감독은 경기 후 "엘리자베스가 제 기량을 찾아가는 것 같다. 연습 때의 모습이 나왔다"며 미소지었다. '초보 에이스' 엘리자베스가 초보 딱지를 완전히 떼어내는 날, 그 날 이 감독도 지도자로서 한 계단 올라서게 될 것이다.

한편,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부 경기에서는 한국전력이 연패에서 탈출했다. 한국전력은 OK저축은행에 세트 스코어 3대0(25-18, 25-18, 25-23)으로 승리했다. 승점 37점이 된 한국전력은 대한항공(승점 35)을 제치고 3위에 올랐다.


장충=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2017~2018시즌 도드람 V리그 전적(16일)

여자부

현대건설(12승8패) 3-1 GS칼텍스(7승13패)

남자부

한국전력(12승12패) 3-0 OK저축은행(5승19패)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