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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김연아' 차준환(17·휘문고)의 머릿속에 '세계 최고' 하뉴 유즈루(일본), 네이선 천(미국)은 없었다. 오로지, 경쟁자는 자신 뿐이었다. 생애 첫 올림픽, 호기롭게 목표를 말할 법도 했지만, 구체적인 순위, 점수 모두 말을 아꼈다. 차준환이 집중하는 것은 오로지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클린 연기'였다.
올림픽행이 결정됐지만, 휴식은 없다. 단 하루만 기뻤을 뿐이다. 주변 사람들, 특히 부모님과 형의 축하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경쟁했던 이준형도 문자를 보내 축하해줬다. 차준환은 곧바로 다음날 부터 부상 치료와 훈련의 일상을 이어나갔다. 불만은 없다. 올림픽이라는 진짜 무대가 남았기 때문이다. 달라진 것은 헤어스타일 뿐이다. 긴 머리를 잘랐다. 계속 기를 생각도 있었지만, 깔끔하게 정리했다. 이 스타일을 올림픽까지 고수할지는 오서 코치와 상의해 결정할 생각이다.
차준환은 12일 캐나다로 넘어간다. 올림픽 준비를 위한 마지막 스퍼트. 무리할 생각은 없다. 컨디션에 따라 프로그램을 짤 생각이다. 여전히 차준환은 베스트 몸상태가 아니다. 발목과 고관절 부상이 여전히 남아있다. 부츠도 일단 현재 쓰고 있는 부츠로 가기로 했지만, 완벽한 것은 아니다. 일단 3차 선발전에서 보여줬던 연기 이상을 보여줄 수 있도록 문제점을 보완할 생각이다. 일단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은 주니어 때 사용했던 일포스티노로 가기로 했다. 3차 선발전에서 사용했던 그 프로그램이다.
이제 차준환은 평창의 무대에 선다. 어릴적부터 꿈꿔왔던 꿈의 무대.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하지만, 그들을 의식할 겨를은 없다. 오직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만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그러다보면 자신이 원하는 결과에 다다를 수 있다고 믿는다. 올림픽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 차준환은 이미 알고 있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