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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전국 각 군병원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의료인력 지원 요청 공문이 전달됐다.
대상은 군의관과 간호사다. 인원은 군의관 32명, 간호사 35명. 파견 기간은 내년 1월 24~2월 24일(평창올림픽), 3월 8~19일(평창패럴림픽)이다. 파견된 인력은 하루 8시간 근무가 원칙이라는 게 평창올림픽 조직위(이하 조직위) 관계자의 설명. 파견 조건은 이렇다. 일당 1만원에 식사는 하루 2끼 제공. 숙박은 4~6인 1실이다. 여기에 복장, 방한용품 및 간식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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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신분이기에 풍족한 여건을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너무나 열악한 처우에 지원자를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인원수를 채워 평창으로 보내야 할 수 밖에 없는 입장. 결국 다수의 군 병원에서 '제비뽑기' 방식으로 파견자를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이로 인한 의료 공백도 피할 수 없게 됐다. 군병원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군의관이 1명 밖에 없는 전공에서 제비뽑기로 파견자가 걸리면 파견 기간 동안엔 해당 전공 병사 환자를 진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피부과에 근무하던 유일한 군의관이 제비뽑기에 걸리면, 파견 기간 동안 해당 군병원 관할 장병은 피부과 진료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것. 이 관계자는 "현재 뚜렷한 대안이 없는 것 같고, 장병들은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국군수도병원 또는 민간병원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피해는 군 장병들의 몫으로 남게된다.
숙소 정보 구득도 어려워 파견 예정 인력이 직접 조직위에 전화해서 문의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확한 답변을 듣지 못해 일각에선 "평창, 강릉 일대 군부대 컨테이너 숙소에서 묵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흘러나오는 실정. 이에 대해 조직위 관계자는 "이미 운영인력을 위한 숙소가 마련된 상태다. 절대 그럴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아무리 군인 신분이지만 하루 두 끼에 일당 1만원이면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경제올림픽'을 위해 조직위 차원에서도 비용 절감을 하고 있다. 조직위 전직원들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은 기간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도록 조직위도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했다.
'군인인데 막 부리면 어때?'라고 생각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은 군사 정권 시대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월급을 인상하는 등 군장병 처우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