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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D-99]평창 경기장, '하얀 코끼리' 막자면 민간에 문호 활짝 열자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7-11-01 20:55


강릉하키센터 사진제공=평창조직위

정선알파인경기장 사진제공=평창조직위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사진제공=평창조직위

지난 9월, 구닐라 린드버그 평창동계올림픽 조정위원장(IOC)은 평창올림픽 시설물의 사후 활용안을 우려했다. '하얀 코끼리(겉만 화려하고 무용지물 처럼 되는 것)'가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2018년 평창올림픽(2월 9일 개막)을 준비하면서 평창조직위원회에 수차례 경기장 사후 활용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IOC는 '올림픽 유산'에 매우 민감하다. 올림픽 시설물이 '애물단지'로 전락해 올림픽 이미지를 훼손하는 걸 막자는 것이다. 대회 이후에도 개최지에서 유용한 시설로 잘 활용되는 순기능을 기대한다.

평창올림픽 개막까지 99일 남은 현재, 몇몇 시설물 활용에 의문 부호가 달렸다. 강원도와 평창조직위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6개(총 12개 중 6개는 기존 시설 활용) 경기장을 신설했다. 개폐회식이 열리는 평창올림픽플라자는 대회 폐막 이후 축소해 기념관 정도로 남게 된다.

현재 가장 큰 고민거리는 관리 주체마저 정해지지 않은 3곳이다.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강릉 오벌, 1264억원 투자), 강릉 하키센터(1064억원), 정선 알파인경기장(2034억원)이다. 이 경기장들은 저마다 핸디캡을 갖고 있다. 정선 알파인경기장은 경기장 신설 전 55% 자연 상태 복원을 전제로 사업 승인이 났다. 복원할 경우 45%만으로 스키장 구실을 제대로 할 지가 의문이다. 민간기업이 현 상태에서 관심을 갖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평창조직위 자료에 따르면 일부 복구 및 민자유치 검토안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상황이 순탄치 않다. 강릉 하키센터는 (주)대명이 관리주체 단체였다가 포기했다. 연간 유지보수비로 20억원 이상이 들 것이라는 예상 등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은 당초 대회 이후 철거하려든 계획을 바꾸면서 관리주체가 미정이 돼 버렸다. 이 경기장 주변에 이미 비슷한 기능을 할 수 있는 강릉 아이스아레나 등이 있어 사후 활용폭이 넓지 않다. 관리주체가 한국체대로 정해진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1141억원)도 현재 조율과정이 매끄럽지 않아 잡음이 일고 있다. 국회의원 유성엽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평창 시설물의 사후 활용 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돈 먹는 하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결책을 찾아내는 게 숙제다. 이미 관계자들은 사안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 정부 기관도 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기획재정부, 강원도, 체육계, 평창조직위 등이 참가한 TF팀을 꾸렸다. 국민체육진흥법을 개정해 국민체육진흥공단 같은 공기업에 관리주체를 맡기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체육진흥공단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사후활용 방안을 기관 주도로 할 게 아니라 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라고 주장한다. 시민단체들은 일찌감치 평창올림픽을 평창, 강릉 등으로 한정하지 말고 좀더 분산해서 열자고 제안했었다.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제 사후 활용 방안까지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신설 경기장이 많이 생긴 강릉시의 인구는 20만명이 조금 넘는다. 활용 인구에 비해 이용할 시설물이 과도하게 많은 상황이다. 결국 강릉시는 관광객 등 외부 수요를 더 끌어모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경기장을 돌릴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떤 프로그램으로 '봄여름가을겨울'을 메울지가 포인트다.

외국 성공 사례를 참고할 수도 있다. 노르웨이 릴레함메르(1994년 대회)와 미국 솔트레이크시티(2002년 대회) 등은 겨울 스포츠 경기장이라는 '벽'을 뛰어넘었다. 사시사철 활용할 수 있도록 시설물을 유연하게 변화시켰다. 얼음을 없앤 후 농구 핸드볼 탁구 등 실내 스포츠장으로 둔갑시켰다. 지역 축제, 가수들의 콘서트도 열었다. 릴레함메르에선 대회 MPC와 선수 숙소에 대학 캠퍼스와 기숙사가 옮겨오기도 했다.

김도균 경희대 교수(체육대학원)는 "동계스포츠 자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 여름 스포츠, 음악 등 여러가지 문화와 콜라보레이션을 해야 한다. 융합하지 않고선 활용폭이 너무 좁다"면서 "유산 활용 아이디어를 내는데 있어 장벽을 낮춰서 민간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관 조직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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