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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5일',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이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다. 평창으로 가는 트랙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 용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 감독(39)은 절실했다. 이 감독은 "내가 (트랙을 얼려달라고) 요청한 날짜가 9월 25일이다. 아이스메이커 영입과 날씨를 고려하면 조직위 입장에서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계획에 맞춰서 진행된다면 메달 획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9월 25일까지 트랙을 얼리지 못한다면 메달이 멀어질 수도 있다"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봅슬레이·스켈레톤 선수들은 제대로 홈 트랙에서 훈련해본 적이 없다. 두 차례 실전 기회가 모두 날아갔다. 지난해 3월에는 냉각 펌프가 파손되는 바람에 트랙 얼음이 녹아내려 참가 선수들이 돌아가는 일이 있었다. 국제적 망신이었다. 지난해 10월에도 빙질이 좋지 않아 훈련다운 훈련을 해보지 못했다. 올해 3월에서야 테스트 이벤트를 통해 홈 트랙을 경험했다.
사실 각국 대표팀 감독들이 꼽는 '골든 타임'은 따로 있다. 바로 내년 1월 16일부터 31일까지다. 내년 1월 15일이 되면 평창올림픽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들의 이름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최종 제출된다. 때문에 내년 2월 중순 열릴 평창 올림픽 봅슬레이·스켈레톤 경기 전까지 얼음과 코스 적응 등 실전감각을 끌어올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이 감독은 "이 골든 타임에는 썰매 날 컨택을 비롯해 기존과 다른 훈련 프로그램이 가동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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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5일까지 트랙에 얼음이 얼려져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또 있다. 봅슬레이대표팀이 올림픽에서 사용할 썰매를 결정해야 한다. 기존에 사용하던 라트비아산 BTC 썰매, 현대자동차가 9월에 기능을 향상시켜 내놓을 새 모델, 캐나다 출신 피에르 루더스 코치가 추천한 오스트리아산 발러 중 한 가지를 골라야 한다. 발러는 강원도청에서 구입한다. 결정 데드라인은 오는 10월 20일이다. 다만 선택을 위해선 반드시 테스트가 필요하다. 트랙에 얼음이 얼려져야 테스트가 가능하다. 이 감독은 "단순히 '어떤 썰매를 타라'는 결정은 그 누구도 못 할 것이다. 최종 테스트를 한 뒤 월드컵과 올림픽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테스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딜레마 휩싸인 조직위, 최선 다해 얼린다
사실 조직위는 난감한 입장이다. 대표팀의 훈련 희망 일정을 구두상으로 받은 뒤 아이스메이커 인력과 제빙 일정 등 구체적인 계획을 잡고 있다. 하지만 평균온도가 높아진 날씨가 문제다. 트랙 얼음을 얼리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기온이다. 수은주가 떨어지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올림픽슬라이딩센터가 위치한 평창군 대관령면의 현재 기온은 영상 21도~26도를 오간다. 얼음을 얼리는 기준 온도는 없지만 올림픽 기준 얼음 두께 6~7㎝를 유지하기 위해선 최소 영상 15도까진 내려가야 한다. 김태래 조직위 경기장운영부 매니저는 "예년만큼 기온도 떨어지지 않는데다 비가 오고 습하기까지 하다"며 "습한 날씨에는 물을 뿌려 냉각장치로 얼려도 성애가 껴서 쉴새없이 물을 뿌려주는 작업을 해야 한다. 3교대 인력을 통해 최대한 25일로 맞추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조직위는 트랙 조명 공사도 마무리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오는 10월 21일로 예정된 IT 2차 테스트 이벤트를 위해 주관방송업체에서 IOC에 요청한 조명 공사를 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대표들이 트랙을 사용하게 될 경우 공사는 중단된다. 김 매니저는 "시공사와 강원도와 만나 공사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 IOC의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최선을 다할 것이다. 행정적인 절차를 떠나 기후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설명했다.
평창=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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