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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영국)=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한국 마라톤은 이번에도 세계의 벽을 넘지 못했다. 6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17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세계선수권대회 남녀 마라톤에서 한국은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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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선은 27㎞지점을 잊지 못한다. 25㎞지점까지 페이스가 좋았다. 1시간 30분 05초를 기록했다. 한국 선수들 가운데 가장 빨랐다. 20위권 진입을 노릴만했다.
27㎞를 지날 무렵 눈앞에 북한의 김혜성이 눈에 들어왔다.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비틀대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한계에 도달했다. 이미 그 이전에 한 번 넘어졌다. 최경선은 김혜성을 추월하기로 결정했다. 옆을 지나갈 때였다. 김혜성은 다리가 풀리고 말았다. 옆으로 쓰러졌다. 최경선은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내리막 길인데다가 스피드가 붙어있던 상태였다. 쓰러지는 김혜성에게 발이 걸렸다. 같이 넘어졌다.
골인한 뒤 그는 바로 의무실로 갔다. 부러진 앞니 치료가 시급했다. 의무실에서 응급 치료를 한 뒤 병원으로 향했다. 문제가 있었다. 그 병원에는 치과 담당자가 없었다. 병원을 옮겨야 했다. 택시를 타고 다른 병원으로 갔다. 부러진 앞니에 임시 방편을 한 채 숙소로 돌아왔다. 최경선은 한국으로 돌아가자마자 치과 치료를 받을 계획이다.
김효수는 결승선을 통과한 뒤 그대로 쓰러졌다. 하늘을 바라본 채 누워 숨을 골랐다. 체력이 떨어진 것은 둘째 문제였다. 발이 아팠다. 신발을 벗었다. 발바닥은 온통 피멍이었다. 레이스 도중 신발 안으로 작은 돌 알갱이가 흘러들어갔다. 런던의 도로에는 돌알갱이가 많다. 신발 안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달릴 때마다 통증은 그대로 전해진다. 제대로 달릴 수가 없었다. 그래도 중도 포기는 싫었다. 꾹 참고 달렸다. 자기 최고 기록인 2시간 15분19초보다는 10분 가까이. 올 시즌 최고 기록인 2시간 18분 17초보다도 7분이나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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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달린 이유
최경선에게 완주를 결심한 이유를 물었다. 그는 "한국 대표로 나선 첫 국제 경기였다. 포기할 수가 없었다. 포기하면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는 것이었다. 물론 기록은 좋지 않았다. 그래도 완주를 했다는 것에 만족한다. 이제는 어떤 상황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경선을 지도하고 있는 박준철 제천시청 감독은 "첫 국제대회였기에 의미가 남달랐을 것이다. 포기할 법도 했지만 투지를 보여줬다. 정말 감동받았다"고 했다.
김효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육상연맹 관계자는 "김효수 역시 자신과의 싸움 그리고 태극마크를 달고 뛴다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완주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마라톤인들의 사기에도 미칠 악영향도 생각했다. 최근 한국 마라톤을 두고 여러가지 말들이 나오고 있다. 계속 성적이 좋지 않기 때문이었다. 선수들이나 지도자들 모두 벙어리 냉가슴 앓는 심정이다. 한 관계자는 "선수들과 지도자들 모두 비판 기사와 악플들에 상처받고 있다. 가장 실망하는 사람들은 결국 선수들과 지도자들이다. 그럼에도 주눅이 들어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완주를 하지 못하는 경우 더 큰 비난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뛰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