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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현장스케치]볼트로 시작해 볼트로 끝난 '볼트의 밤'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7-08-06 11:08


우사인 볼트를 취재하려는 열기가 후끈하다. 런던스타디움(영국 런던)=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런던스타디움(영국 런던)=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성적은 중요하지 않았다. 볼트로 시작해 볼트로 끝났다. 우사인 볼트(자메이카). 오롯이 그를 위한 밤이었다.

볼트는 5일 밤(현지시각) 영국 런던 스트라포드에 있는 런던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선에서 9초95에 그쳤다. 볼트는 2008년 100m를 처음 뛰었다. 그 이후 메이저 대회 결선에서 기록한 최저 기록(2011년 대구 세계선수권 100m 결선 실격 제외)이었다.

금메달도 놓쳤다. 3위를 차지, 동메달을 따냈다. 이 역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볼트는 실격한 2011년을 제외하고, 2008년부터 2016년까지 100m 결선에 나서면 모두 금메달만을 따냈다. 이날 금메달은 '만년 2인자' 저스틴 게이틀린(미국)이 따냈다. 게이틀린은 9초92를 기록했다. 은메달 역시 미국의 신예 크리스티안 콜맨(9초94)이 차지했다.

그럼에도 모든 찬사는 볼트에게 쏟아졌다. 시작부터 볼트였다. 오후 6시. 경기장 인근 스트라포드 역은 인산인해였다. 자메이카 국기를 들도 나선 이들이 많았다. 볼트 가면을 쓴 이들도 보였다 대부분 볼트의 마지막 개인 레이스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볼트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200m에는 나오지 않는다. 100m가 볼트의 마지막 개인 레이스였다.

준결선 볼트는 여유로웠다. 중반 이후 스퍼트를 냈다. 그리고 골인 직전 주위를 둘러본 뒤 속도를 줄였다. 9초98. 전체 2위로 결선에 올랐다.

결선 시작 전 장내는 조용해졌다. 대부분 볼트의 우승을 믿어의심치 않았다. 해프닝도 있었다. 결선을 앞두고 중년 남성 관중 한 명이 나체로 경기장에 난입했다. 몸에는 '평화와 사랑(peace & love)'이라는 문구를 새겼다 .100m 출발전부터 시작해 달려나간 이 관중을 결승선을 앞두고 안전요원들에게 잡혔다. 관중들은 야유를 퍼부었다.


ⓒAFPBBNews = News1
결선이 시작됐다. 볼트가 소개되자 엄청난 환호가 터져나왔다. 볼트는 특유의 재미난 표정으로 관중들에게 화답했다.

출발 직전. 장내는 조용해졌다. 그리고 탕. 볼트는 역시 스타트가 늦었다. 1m95의 장신인만큼 출발 반응 속도는 느릴 수 밖에 없었다. 중반 이후 치고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대 선수들을 떼어내지 못했다. 마지막 순간 볼트는 머리를 앞으로 내밀었다.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9만여 관중들은 모두 숨을 죽였다. 다들 전광판을 응시했다. 5초간 정적이 스타디움을 지배했다.


'위너 : 저스틴 게이틀린.' 볼트는 3위였다. 야유가 터져나왔다. 미국 취재진 그리고 성조기를 든 관중들만 박수를 쳤다. 이내 전 관중들이 '우사인 볼트'를 연호했다. 볼트는 어쩔 줄 몰라했다. 그리고는 자메이카 국기를 들고 트랙을 돌며 인사를 전했다. 사진 기자와 중계 카메라도 볼트를 따랐다. 1위를 한 게이틀린, 2위를 한 콜먼(이상 미국)은 관심 밖이었다. 둘은 성조기를 들고 트랙을 돌았지만 쏟아지는 야유에 머쓱한 표정으로 믹스트존을 향했다.

남은 것은 볼트를 위한 시간이었다. 볼트는 인사를 하며 트랙을 돌았다. 그리고는 결승선 앞으로 향했다. 자신이 뛰었던 레인에 무릎을 꿇고 입을 맞췄다. 일어났다. 팔을 벌렸다. 특유의 '번개 볼트 세리머니'를 펼쳤다. 관중들은 열광했다. 두 번 더 번개 볼트를 보여줬다. 마지막인만큼 심혈을 기울였다. 그리고는 관중들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AFPBBNews = News1
취재진과 만나는 믹스트존 역시 볼트 천하였다. 게이틀린이 먼저 믹스트존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 취재진들이 주로 질문을 날렸다. 그는 "오늘은 우사인 볼트를 위한 날"이라며 그를 치켜세웠다. 금메달리스트 치고는 빨리 자리를 떴다. 그리고 볼트가 등장했다. 볼트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을 했다. 그는 "최선을 다했다. 게이틀린에게 축하를 전한다. 나의 은퇴 계획은 변함이 없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떠나는 볼트를 향해 취재진들도 박수를 치며 '전설'을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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