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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초, 대한체육회 스포츠 공정위원회가 열렸다.
지난해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를 급속히 통합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당시 수석 부회장)이 이끌던 대한수영연맹이 집중 감사를 받았다. 10년 가까이 수영연맹 집행부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해온 이사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됐다. '미운 털'로 인한 표적 수사라는 설이 파다했다. 횡령, 상납,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았고, 이중 일부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과 관련된 집행부 이사들은 전원 영구제명됐다.
이들에 대한 '구제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결국 '체육계 적폐'를 어떻게 규정하고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다. 수영계에서 자타공인 선수들을 위해 헌신한 이가 통합과정에서 자신이 하지 않은 일로, 억울한 징계를 받았다면 당연히 구제돼야 한다. 잘못된 징계는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억울한 사람의 수만큼, 징계가 마땅했던 인사들도 있다. 명백한 횡령, 상납 혐의가 드러났거나, 암묵적으로 비리에 공조했거나, 현장 학부모, 선수들에게 외면받는 '적폐' 인사들에게 함부로 면죄부를 줘서는 안된다. 옥석을 가려야 한다. 이전 정권 문체부의 반대파는 모두 '정의'이고 '희생양'인가. '팩트'를 면밀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 통합과정에서 받은 억울한 불이익인지, 명백한 '체육 적폐'인지를 먼저 구분 지을 필요가 있다. 문체부는 2014년 12월, 횡령, 입시비리, 폭력 및 성폭력, 승부조작 등을 '스포츠 4대악'으로 규정하고, 무관용 원칙에 따라 '원스트라이크 아웃' 즉 한 번만 연루되더라도 체육계에서 영구퇴출을 선언한 바 있다. 이기흥 회장 취임 후 통합 대한체육회는 징계가 과도한 경우에 한해 '경감'이 가능하도록 했다. '징계가 과도한 경우에 한해'라는 조항은 다분히 주관적이다. 징계가 과도하다는 것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
7월, 비공개로 진행된 공정위에서 또다시 수영연맹 임원들에 대한 징계 감경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체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수영연맹회장을 역임한 A 전 회장이 공정위원, 대한수영연맹 관리위원장이 공정위 부위원장 B씨로 이들의 징계 감경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구조도 문제다. 대한체육회는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스포츠 공정위원 명단을 철저히 비공개로 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의혹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스포츠 공정위원회는 차문희 전 국정원 2차장이 위원장, 전 청와대 사정비서실 국장 출신인 B씨, 대형 로펌 출신 C씨, 중앙지검 부장 검사 출신 D씨가 부위원장이다. 이밖에 13명의 공정위 위원은 교수 5명, 변호사 3명, 프로스포츠단장 1명, 전 협회장 1명 등 체육인 2명, 언론인 2명, 전 대한체육회 사무차장 1명 등으로 구성됐다. 스포츠 현장의 문제를 꿰뚫는 전문가, 동료 선수들의 인권을 대변해줄 선수위원회의 목소리는 배제됐다. 당초 스포츠공정위 위원으로 위촉됐던 선수위원회 윤경신 위원(핸드볼)은 교체됐다.
체육계의 한 인사는 "A회장이 공정위원으로 들어가 측근인 수영연맹 이사들의 징계를 심의한다는 것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 '자기 식구 감싸기'가 될 수도 있다"며 공정성에 강한 우려를 제기했다. 공정위는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서도 '독립기구'임을 주장하며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모든 일정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세상이다. 한점 의혹 없는,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가 필요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