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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탁구선수권]'닥공일병'이상수, 유승민 이후 10년만에 男단식 銅 확보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7-06-04 20:40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닥공 일병' 이상수(27·국군체육부대, 세계랭킹 20위)가 독일 뒤셀도르프 세계탁구선수권 남자 단식 4강에 올랐다. 세계선수권 무대에서 10년만에 남자단식 동메달을 확보했다.

이상수는 4일 오후(한국시각) 독일 뒤셀도르프 메세뒤셀도르프 경기장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뒤셀도르프 세계선수권 남자단식 8강전에서 '홍콩 톱랭커' 왕춘팅(세계랭킹 7위)을 세트스코어 4대1(11-7, 10-12, 11-8, 11-7, 11-5)로 돌려세웠다.

왕춘팅은 볼이 세진 않지만 정교하고 안정적인 테크니션이다. 이상수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단체전에서 석패했지만, 지난 4월 중국 우시아시아선수권에선 승리한 왕춘팅을 상대로 초반부터 강공으로 나섰다. 선제를 뺏기지 않았다. 첫 세트를 8-3으로 앞서나가더니 11대7로 가볍게 따냈다. 2세트 4-9로 밀리던 스코어를 7-9, 8-10, 9-10까지 야금야금 따라잡았고, 듀스게임까지 몰아갔다. 10-12로 아쉽게 내줬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3세트 5-1, 8-4, 10-6으로 앞서나가며 상대를 압박했다. 막판 왕춘팅의 추격을 떨치고 11-8로 3세트를 가져왔다. 4세트도 초반부터 기선을 제압했다. 3-0,4-1, 7-3, 8-4롤 앞서나가며 11-7로 이겻다. 마지막 5세트, 2-2, 3-3 팽팽하던 균형추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8-3, 9-3, 10-3까지 몰아붙였다. 11-5로 마무리하며 짜릿한 4강행을 자축했다.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이번 대회 '일병' 이상수의 분투는 경이로웠다. 3일, 32강에서 2011-2013년 세계선수권 2연패, 런던올림픽 단식 금메달에 빛나는 '최강 중국' 장지커(세계랭킹 4위)를 4대1로 물리쳤다. 파란의 시작이었다. 4일 16강에서는 '벨라루스 백전노장' 블라디미르 삼소노프(41·세계랭킹 13위)를 4대0(11-9, 11-1, 11-3, 11-9)으로 완파했다. 2007년 자그레브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이후 무려 10년만에 8강에 오르더니 기어이 사고를 쳤다. 4강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동메달을 확보했다.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2003년 이후 2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개인전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이 낸 역대 최고 성적은 2003년 파리 대회 주세혁(삼성생명)의 남자단식 은메달이다. 2005년 상하이대회에서 오상은, 2007년 자그레브대회에서 유승민이 각각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상수가 10년만에 '대선배' 유승민의 뒤를 이어 남자단식 동메달을 확보했다. 14년전, 삼성생명 직속선배 주세혁이 군 입대 후 상무 소속으로 은메달을 따냈듯 올해초 입대한 이상수도 국군체육부대 '일병' 신분으로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상수는 화끈한 공격 성향, 강력한 백드라이브를 장착한 선수다. 다소 기복이 있지만, 한번 공격이 들어맞는 날이면 적수가 없다. 중국이 자랑하는 '만리장성 삼총사' 마롱, 쉬신, 장지커를 모두 꺾은 유일한 선수다. 2011년 코리아오픈 32강에서 세계 최강 왼손 에이스 쉬신을 4대2로 꺾었고, 2012년 코리아오픈 16강전에선 세계1위 마롱을 4대1로 돌려세웠다. 이번 대회 장지커까지 격파하며 '중국 킬러'로 등극했다.

국제무대에서 유난히 강해 '국제용 선수' '오픈대회 사나이'로 통했다. 2010년 슬로베니아오픈 남자단식 우승, 2011년 폴란드오픈 우승, 코리아오픈 준우승, 2013년 아시아탁구선수권 혼합복식 우승, 폴란드오픈 남자복식 우승, 2015년 광주유니버시아드 남자단식 동메달, 오스트리아 남자복식 우승, 2016년 그랜드파이널 남자복식 우승 등 국제 대회 단, 복식에서 가장 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세계선수권 개인전과도 인연이 깊다. 출전 때마다 빈손으로 돌아온 적이 없다. 2013년 첫 출전한 파리세계선수권에서 '파트너' 박영숙(렛츠런)과 혼합복식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5년 쑤저우세계선수권에선 팀 동료 서현덕과 함께 남자복식 동메달을 따냈다. 당시 남자단식 64강에선 독일 톱랭커 드미트리히 옵차로프를 돌려세우며 파란을 일으켰다. 2017년 뒤셀도르프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절친 정영식(미래에셋 대우)과 남자복식에서 한국대표팀에 첫 동메달을 선물한 데 이어 남자단식에서도 10년만의 4강행, 동메달 쾌거로 한국탁구의 자존심을 세웠다. ITTF가 주관하는 세계선수권은 4강 진출자 2명 모두에게 동메달을 수여한다.

이상수는 5일 중국의 판젠동-일본 니와 코키의 8강전 승자와 4강에서 맞붙는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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