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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알파인 스키 1인자 정동현(29·하이원). 스키인들은 그를 '허승욱의 후계자'라 부른다. 허승욱은 1998년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에서 역대 한국 최고인 21위에 올랐다.
현재 국내에선 경쟁자가 없다. 아시아에서도 1위다. 하지만 세계 톱랭커들과는 벽이 있다. 2004년 이후 10년 넘게 그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톱 10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동현은 최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국가대표 스키어의 실상을 솔직히 밝혔다.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최근 2~3년 사이에 많이 좋아졌다. 스키는 지원이 없으면 경기력이 좋아질 수 없는 대표적인 종목이다. 장비와 스태프 수만 보면 그 선수의 국제 랭킹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정동현은 2016~2017시즌에 의미있는 소득을 냈다.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스키 알파인 남자 회전에서 우승했다. 직전 2011년 카자흐스탄 알마티대회 스키 알파인 슈퍼복합 우승에 이어 두 대회 연속 금메달 행진이었다.
지난 1월에는 한국 알파인 스키 사상 최초로 월드컵 2회 연속 본선에 진출하기도 했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서 열린 FIS(국제스키연맹) 알파인 스키 월드컵 회전 대회에서 1~2차전 합계 2분2초62로 종합 14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엔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자 세계랭킹 1위 헨릭 크리스토페르센(노르웨이)을 비롯한 상위 랭커들이 다수 출전했다. 2014~2015시즌 스웨덴 아레 대회에선 한국인 최초로 월드컵 2차전에 진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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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현은 당시를 잊지 못했다. 그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월드컵 2차전에 올라가는걸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외국 선수들이 저를 보고 놀랐다. '어떻게 살아남았느냐'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1차전엔 90명 이상의 선수가 출전하지만 2차전엔 30명만 올라갈 수 있다.
세계적인 톱 랭커들과 정동현은 스키 장비업체로부터 완전히 다른 대우를 받는다. 공급되는 스키 장비의 질과 양에서 차이가 난다. 정동현의 경우 한 차례 국제대회에 나갈 경우 스키 4대를 들고 간다. 반면 톱 랭커들은 20대를 깔아놓고 설질와 당일 컨디션까지 고려해서 최적의 장비를 골라서 탄다. 또 톱 랭커 옆에는 스태프로 10명 이상이 줄줄 따라다닌다. 정동현은 "오스트리아 같은 나라는 스키가 국가 스포츠다. 외국 선수들이 훈련하러 왔다고 하면 스키장에서 슬로프를 그냥 빌려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과거 보다는 많이 좋아졌다. 익숙한 평창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다. 부담갖지 말고 내년 2월까지 제가 할 일만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정동현에게 내년 평창대회는 세번째 올림픽 무대다. 2010년 벤쿠버대회에선 부상(허벅지)으로 완주 실패했다. 2014년 소치대회에선 대회전 41위에 올랐다.
정동현의 상승세는 3월에도 이어졌다. 두 개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러시아 유즈노 사할린스크 스키장에서 벌어진 FIS 극동컵(대륙간컵 대회 중 하나, 월드컵 보다 한단계 낮은 수준) 회전 경기에서 1~2차 합계 1분33초87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일본 삿포로 테이네경기장에서 열린 일본 내셔널 챔피언십 회전 경기에서 1~2차전 합계 1분41초18로 금메달을 걸었다.
정동현은 8일 진천 선수촌에 입촌했다. 5월 체력 훈련을 한 후 6월 독일로 옮겨 실내 스키장에서 설상 훈련을 할 예정이다. 7월에는 뉴질랜드 전지훈련에 이어 9월쯤 다시 유럽으로 가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