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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세어라 박태환"… 나홀로 美선발전 '3일의 기록'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7-05-08 11:21



"브라질 리우에서 못 다한 수영을 보여주고 싶다."

박태환(28·인천시청)이 5월 황금연휴 미국에서 열린 '나홀로' 국가대표 선발전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박태환은 6~8일(한국시각) 미국 애틀란타에서 펼쳐진 아레나 프로스윔시리즈 애틀란타 남자 자유형 100-200-400-1500m에 잇달아 출전했다. 박태환의 올시즌 첫 실전무대이자 7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세계수영선수권을 향한 첫 발걸음이다. '관리단체' 대한수영연맹의 선발전 일정이 지연되면서, 연맹을 관리하는 대한체육회는 세계수영연맹(FINA)이 공인하는 국제대회 기록을 선발전 기록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박태환은 자유형 100-200-400-1500m에서 1위 기록과 함께 세계선수권 A기준기록을 가뿐히 통과했다. 목표한 전종목에서 출전권을 획득했다.


전종목 1위 "그럼에도 더 노력해야 한다"

6일 새벽, 첫경기인 남자 자유형 100m 예선에서 48초62에 터치패드를 찍었다. 출전선수 61명 중 전체 1위였다. 지난해 11월 도쿄아시아선수권 금메달 당시 기록한 '시즌 베스트' 48초77를 0.15초나 앞당겼다. 이 기록은 박태환의 100m 한국최고기록(48초42)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빠른 기록이다. 부다페스트세계선수권 자유형 100m 기준기록 48초93을 가볍게 통과했다.

이어진 자유형 400m 결선에서 박태환은 3분44초38의 압도적인 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조지아텍 내 맥컬리 아쿠아틱 센터 건립 이래 이 종목 최고기록('풀 레코드')이다. 이 기록 또한 지난 11월 도쿄아시아선수권에서 기록한 시즌 베스트 3분44초68보다 0.3초 빨랐다. 광저우아시안게임 이후 지난 7년간 경쟁해온 '라이벌' 쑨양이 지난달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중국선수권에서 기록한 3분42초16(세계랭킹 1위)에는 뒤지지만 올시즌 세계 4위에 해당하는 좋은 기록이다.

박태환은 7일에도 금빛 물살을 이어갔다.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1분 46초71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올시즌 세계랭킹 7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자유형 200m 시즌 1위 기록은 쑨양이 지난달 12일 칭다오중국선수권에서 기록한 1분44초91이다. 부다페스트세계선수권 자유형 200m A기준기록은 1분47초73이다. 도쿄아시아선수권 때 기록한 시즌 베스트(1분45초16)에 미치지 못했지만 세계선수권 기준기록은 무난히 통과했다. 출전권을 확보한 박태환은 시즌 베스트 기록에 만족하지 않았다. "더 노력해야 한다"며 이를 악물었다.

8일 오전 마지막 종목인 '최장거리' 자유형 1500m에서도 역영했다. 15분 6초38의 기록으로 '3관왕' 유종의 미를 거뒀다. 100m 초반부터 일찌감치 치고 나오며 선두를 유지했다. 경쟁자들과 25m 이상 간격을 벌리며 1500m 내내 압도적인 레이스를 이어갔다. FINA가 요구한 부다페스트세계선수권 자유형 1500m A기준기록 15분12초79를 가볍게 통과했다. 본인의 한국최고기록(14분47초38, 2012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오픈)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지난해 11월 도쿄아시아선수권 4관왕 당시 기록한 15분7초86을 1초48 앞당겼다.



스물여덟, 시련,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용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지난 3년은 박태환에게 쓰라린 시련이었다. 도핑 징계 후 리우올림픽 출전을 불허하는 정부를 상대로 피말리는 CAS 법정 공방까지 벌였다. 천신만고 끝에 리우에 입성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심리적 부담감, 훈련량 부족, 실전 경험 부족으로 4년만의 올림픽에서 고전했다. 전종목 예선탈락했다. '박태환의 시대'는 끝난 것같았다.

스물여덟살 수영선수에게 적지않은 이들이 은퇴를 권유했다. 그러나 박태환의 의지는 확고했다. 갖은 시련에도 불구하고 수영은 여전히 가장 좋아하고, 가장 잘하는 일이었다. 명예회복을 다짐했다. 리우에서 돌아오자마자 호주 시드니행 비행기에 올랐다. 팀 레인 전담코치와 훈련을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충남 전국체전, 자유형 200m에서 리우올림픽 은메달에 해당하는 기록을 찍었다. 11월 도쿄아시아선수권에선 4관왕에 올랐다. 12월 캐나다 윈저에서 열린 FINA 쇼트코스 세계선수권에서 3관왕에 오르며 '올림픽 챔피언, 박태환의 귀환'을 알렸다.

"브라질 리우에서 못 다한 수영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박태환은 2월 중순부터 훈련을 재개했다. 2007년 멜버른세계선수권, '18세 소년' 박태환이 자유형 400m에서 '레전드' 그랜트 해켓을 꺾고 1위에 오르며 세계 수영신에 화려하게 등장한 지 10년만이다. 2011년 상하이세계선수권 자유형 400m 금메달 이후 6년만의 출전이다. 그때와는 나이도 상황도 다르다. 수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그림자 지원'을 아끼지않던 대기업도, 전담팀도 없다. 매니저와 단둘이 직접 운전을 하고, 밥을 해먹고, 집과 수영장을 오가는 일상, 다시 시작한 수영은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고 간절하다. 훈련을 재개한 지 2개월여 만에 도전한 '나홀로' 선발전에서 출전한 종목마다 1위를 휩쓸며 건재를 과시했다. 1995~1999년생 에너지 넘치는 미국 대학생 에이스들을 돌려세웠다. '수영 불모지' 대한민국 선수가 국제 무대에서 1등을 하는 것도 어렵지만, 10년 넘게 압도적 1등을 유지하는 모습은 앞으로도 보기 힘들 것이다.

박태환은 8일 자유형 1500m 결선 이튿날 다시 호주 시드니 와링가 클럽으로 돌아간다. 남은 2개월간 또다시 하루 10시간, 단내나는 훈련이 시작된다. 천재를 완성하는 요소는 멈추지 않는 노력과 포기하지 않는 용기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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