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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스키 탄지 벌써 20년 됐어요."
만능 스포츠 꼬마의 운명? 스키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다. 운동이라면 무엇이든 자신 있었다. 스키는 물론 수영, 체조, 쇼트트랙, 골프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빼어난 실력을 자랑했다.
흥미만큼이나 소질도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각종 스키 대회에서 금메달을 휩쓸며 '스키 천재'라 불렸다. 부모님도 욕심을 냈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겨울 방학마다 캐나다로 건너가 한 두달 동안 스키를 배웠다. 그리고 그 곳에서 그는 모굴스키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캐나다는 정말 넓어요. 산에서 모든 종류의 스키를 타죠. 처음에는 알파인 스키를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굴스키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모굴스키로 종목을 바꿨어요. 그 때부터 내 꿈은 오직 스키선수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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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소치까지(with. 토비 도슨)
스키소년 최재우의 꿈은 시간이 갈수록 선명해졌다. 목표 역시 더욱 또렷해졌다. 결정적 계기가 있었다.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이 그의 가슴에 희망의 빛을 키웠다.
"스키가 정말 재미있었고, 스키 선수가 되고 싶다는 명확한 꿈도 있었죠. 동시에 마음 한 편에는 '동양인이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어요. 그런데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을 통해 동양인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어요. 당시 토비 도슨 코치님이 미국 대표로 경기에 나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는데, 나도 토비 도슨 코치님처럼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싶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우상' 토비 도슨. 최재우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특히 2012년 4월 토비 도슨이 한국 대표팀 코치로 부임하면서 둘은 사제의 연을 맺었다. "토비 도슨 코치님께서 한국 대표팀에 합류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정말 신기했어요. 설레기도 했고요. 지금도 가끔씩 코치님께서 시범을 보여줄 때마다 '우와~'하고 감탄해요."
최재우와 토비 도슨. 둘은 스승과 제자로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 참가했다. 스무살에 참가한 첫 번째 올림픽. 최재우는 한국 프리스타일 최초로 올림픽 본선에 진출했다. 비록 본선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실격하며 최종 12위에 머물렀지만 최재우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올림픽 향한 두 번째 카운트다운
최재우는 이제 두 번째 올림픽을 정조준한다. 무대는 홈그라운드, 바로 평창이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일이 있어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경기를 마친 뒤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하죠.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메달색은 상관없어요. 메달은 하늘이 내려주는 것이라고 하잖아요. 그저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두 번째 도전, 첫 번째 올림픽 때와는 마음가짐이 다르다. 지난 3년 동안 환희와 절망을 겪으며 한 겹씩 쌓아 올린 경험이 그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었다.
"2014년 디어밸리월드컵에서 처음으로 4위를 했어요.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는데, 갑작스럽게 부상을 한 거에요. 날짜도 잊지 않아요. 2015년 1월 10일. 그 부상으로 많은 것을 놓쳤어요. 그 사이에 경쟁자들은 저보다 더 높은 순위로 올라섰죠. 저만 제자리를 빙빙 도는 것 같아요. 제게도 꿈이 있는데, 그게 잘 안 돼 속상해요. 더욱 악착같이 해야죠. 이번 올림픽은 정말 간절해요."
이를 악문 최재우. 그의 24시간은 오직 모굴스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비디오 분석부터 보강 훈련까지 한눈을 팔 시간이 없다. "지금까지 이렇게 모굴스키 계획표 안에서만 살아본 적이 없어요. 정말 후회는 남기고 싶지 않거든요.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환하게 웃을 수 있도록, 오직 그것만 생각하면서 달려가야죠."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스키천재의 다짐, 그의 시선은 9개월 뒤 평창을 향하고 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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