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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이스하키가 '키에프의 기적'을 썼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장점인 스피드를 바탕으로 전방위에서 카자흐스탄을 압박하며 이변 연출을 예고했다.체격조건과 개인기에서 앞선 카자흐스탄을 상대로 시종 왕성한 활동량을 보이며 공수지역을 가리지 않고 집요하게 달라붙어 상대를 괴롭혔다.
카자흐스탄은 1피리어드 8분 1초 만에 NHL 출신의 귀화 선수인 나이젤 도즈(어시스트)와 브랜든 보첸스키(득점)의 콤비 플레이로 선제골을 만들어냈지만 한국은 15분 56초에 안진휘(26·안양 한라)의 동점골로 응수했다. 공격지역 오른쪽 서클에서 이뤄진 페이스오프에서 김기성(32·안양 한라)이 따낸 퍽이 카자흐스탄 수비수 막심 세묘노프의 스틱에 맞고 흐른 것을 안진휘가 그대로 리스트샷으로 마무리,카자흐스탄 골 네트를 흔들었다.
그러나 한국은 3피리어드에 4골을 터트리는 무서운 집중력과 뒷심으로 기적 같은 뒤집기 쇼를 만들어냈다. 4월 초 우수인재 특별 귀화로 국적을 취득, '백지선호'에 합류한 알렉스 플란트(28·안양 한라)가 대역전극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플란트는 3피리어드 5분 29초에 마이클 스위프트(30·하이원)-조민호(30·안양 한라)로 이어진 패스를 하이 슬럿에서 강력한 리스트샷으로 마무리,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플란트의 동점골이 터진 후 카자흐스탄은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했고 한국은 반전의 모멘텀을 놓치지 않는 집중력으로 카자흐스탄을 무너뜨렸다.
역전 결승골은 신상훈(24·안양 한라)의 스틱에서 뿜어져 나왔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빠르게 전환하던 3피리어드 7분 2초에 공격 지역 왼쪽 측면에서 조민호의 크로스 패스를 연결 받은 신상훈은 상대 골리 왼쪽 어깨를 넘어 골문 탑 코너를 찌르는 송곳 같은 리스트샷으로 역전골을 터트리고 포효했다. 곧바로 맞은 숏핸디드(페널티로 인한 수적 열세)상황을 실점하지 않으며 위기를 넘긴 한국은 3피리어드 9분 58초에 이날 경기의 히어로인 플란트의 강력한 슬랩샷이 골 네트에 꽂히며 흐름을 완전히 끌어오는데 성공했다.
뒤집기를 허용한 카자흐스탄은 신경질적인 플레이를 펼치기 시작했고 3피리어드 11분 21초에 마틴 세인트 피에르가 슬래싱 반칙으로 마이너 페널티(2분간 퇴장)을 받은데 이어 11분 26초에 알렉산더 리핀이 신상훈에게 악의적인 보딩 반칙을 범해 게임미스컨덕트(경기 완전 퇴장)을 당하는 등 크게 흔들렸다. 세인트 피에르와 리핀의 퇴장으로 5대 3 파워 플레이를 맞이한 한국은 3피리어드 11분 41초에 알렉스 플란트의 패스를 받은 김기성이 상대 골리를 따돌리는 절묘한 스틱 핸들링에 이은 백핸드샷으로 골을 터트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폴란드전에 이어 눈부신 선방을 펼친 수문장 맷 달튼은 이날도 32개의 유효 슈팅 가운데 30개를 막아내며 대역전극의 토대를 만들었고 2골 1어시스트를 기록한 알렉스 플란트는 경기 MVP에 선정됐다.
카자흐스탄을 상대로 한 22년 무승 사슬을 끊어내며 자신감을 놓인 '백지선호'는 25일 밤 11시 헝가리를 상대로 3차전을 치른다. 2016 IIHF 랭킹 19위의 헝가리는 우크라이나와 1차전에서 접전 끝에 5대3으로 승리했다.한국은 역대 전적에서 헝가리에 2승 1무 11패로 열세에 있고 IIHF 세계선수권에서는 10번 만나 1승 1무 9패를 기록 중이다.
헝가리와의 2017 IIHF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 3차전은 SBS스포츠에서 생중계하고, SBS 온에어와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통해서 인터넷과 모바일로도 라이브 중계를 시청할 수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