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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양 단체를 대표하는 11명의 위원들이 지난 11월 초부터 3개월 가까이 머리를 맞댔다. 총 15차례의 통합준비위원회(통준위)가 열렸다. 대한체육회는 추천위원, 의결정족수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뒤늦게 8차 회의부터 참여했다. 당연직인 양재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과 함께 배순학 대한체육회 자문위원, 이동현 전 KBS 스포츠 국장 등이 대한체육회 추천위원으로 선임된 후 '완전체'가 된 통준위는 꾸준히 행보를 이어갔다. 지난 1일 통준위 제15차 회의에서 통합체육회 정관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국민체육진흥법에 규정된 법정시한, 3월 27일까지 통합 스케줄은 계획대로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설 연휴 직전인 지난 4일 대한체육회는 추천위원 3명을 통해 정관에 대한 8가지 수정의견과 함께, 통합체육회 정관의 IOC 승인 문제를 제기했다. 13일 4명의 전문위원이 참석한 긴급 정관전문위원회에서 해당 수정 의견에 대한 심의가 이뤄졌다. 문체부 체육국장의 체육회 당연직 이사 항목을 삭제하고 몇몇 단어를 수정한 것을 제외하면, 거의 원안대로 정관이 통과됐다. 이의를 제기한 대한체육회 위원이 불참한 전문위 현장에선 이의 제기 배경을 놓고 추측이 난무했다. 대한체육회 통합추진위원회(이하 통추위)를 겨냥한 격앙된 목소리가 이어졌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기흥 체육회 통추위원장은 모든 결정이 문체부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만장일치로 합의한 것인데 못받아들이겠다고 한다"고 했다. "(체육회가 참석하지 않은) 8차 회의 이전에 논의가 이뤄져 기회가 없었다고 하는데, 주요 쟁점사항에 대한 논의는 모두 8차 이후였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생각의 바탕이 다르다. 대한체육회 수뇌부의 통합에 대한 본질적 인식은 '25년전 떨어져나간 생활체육'이 '큰집'으로 돌아온다는 개념이다. 생활체육 중심으로 재편되는 현 체육단체 통합의 기조를 전문체육의 위기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문체부는 '스포츠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엘리트, 생활체육은 1대1 통합 방식이어야 하며, 통합 일정은 법을 준수해야 하고, 체육회 90% 이상의 예산을 관할하는 정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인식이다.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12일 2016년 체육분야 업무보고에서 "통합은 지난해부터 계속 추진된 일인데 왜 이렇게 계속 시끄러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IOC 승인을 미리 꼭 받아야 하는 거라면 왜 이제 와서 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냐. (중략) 다음에는 또 뭘로 시비를 걸 것인가"라며 대한체육회를 강도높게 질책했다. 대한민국 스포츠의 백년지대계, 통합의 대의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가 사라졌다. 의심과 오해, 불신이 팽배했다.
'밥그릇 싸움'속에 통합의 취지가 얼룩지고 있다. 국민생활체육회를 대표하는 통준위원 홍성표 대덕대 총장은 12일 정관전문위원회 도중 불참한 배순학 대한체육회 통준위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영감, 왜 안와, 얼굴 못보니 섭섭하다"고 하더니, 회의 말미 한숨을 푹 내쉬었다. "운동하는 사람들답게 소신있게 행동하고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 한사람 한사람 위원들의 의견을 존중해왔다. 체육회 위원들이 안나올 때도 끝까지 기다렸다. 체육인으로서 체육과 국민만 보고 가자고 약속했는데, 마지막에 이렇게 분란처럼 비쳐지는 게 너무 속상하다. 우리, 체육인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