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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속여제'이상화의 정상 탈환,실력으로 응답하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6-02-14 16:50




"2년만에 다시 찾아왔습니다. 사실 많이 떨리고 힘들고 외로웠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 드뎌 이겨냈습니당."

'빙속여제' 이상화(27·스포츠토토)가 2016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500m에서 3년만에 우승한 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벅찬 기쁨을 드러냈다.

이상화는 14일(한국시각) 러시아 콜롬나 스피드스케이팅센터에서 열린 대회 여자 500m에서 1, 2차 레이스 합계 74초859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브리트니 보(미국·75초663)가 2위, 장훙(중국·75초688)이 3위에 올랐다.

이상화는 '라이벌' 장훙과 진검승부했다. 1차 레이스, 인코스에서 100m를 10초29로 주파했다. 장훙(10초80)보다 0.51초 빨랐다. 37초42,콜롬나 스피드스케이팅센터의 트랙 레코드를 새로 썼다. 예니 볼프(독일)의 2009년 기록(37초51)을 7년만에 0.09초 앞당겼다. 뒷심 좋은 장훙(37초78)이 막판 스퍼트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장훙과의 2차 레이스, 이번엔 이상화가 아웃코스에서 출발했다. 10초29로 100m를 끊었다. 37초43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장훙은 37초90에 머물렀다. 이상화의 완승이었다. 3년만의 '금빛 레이스'는 짜릿했다.

이상화는 2010년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직후인 2011년 이 대회 2위에 올랐고, 2012~2013년 2연패했다.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세계에서 3번째, 500m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지난 시즌 컨디션 난조로 5위에 머물렀던 아쉬움을 털어내고,보란듯이 정상을 탈환했다.

최강의 라이벌 장훙과의 '외나무 승부'를 이겨낸 결과라 더욱 뜻깊었다. 올시즌 이상화와 장훙은 ISU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4개씩 나눠가졌다. 장훙은 이상화와 함께 나선 6번의 월드컵 중 4번, 이상화를 앞섰다. 시즌 최강자를 가리는 대회, 이상화는 이를 악물었다. ISU 주관 대회 500m에서 금메달 5개(월드컵 시리즈 4개, 종목별 세계선수권 1개), 은메달 2개(월드컵 시리즈)를 거머쥐며, 장훙(금메달 4개·은메달 2개·동메달 1개)을 따돌렸다.

우승 직후 인스타그램에 직접 시상식 사진을 올렸다. '2년 만에 다시 찾아왔습니다. 사실 많이 떨리고 힘들고 외로웠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 드뎌 이겨냈습니당. 감사합니다'라고 썼다. 올림픽 2연패에 빛나는 세계 최강 스프린터지만 최근 이런저런 시련과 구설에 마음고생이 깊었다 지난해 10월 전국남녀 종목별 선수권에서 흘러내린 암밴드를 떼었다가 실격 판정을 받았다. 월드컵 시리즈에 출전하지 못할 뻔한 아찔한 해프닝이었다. 지난해 12월엔 선발전을 겸한 전국남녀 스피드 스프린트선수권에 부상으로 불참하며 월드컵 5차 시리즈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힘들고 외로운 시간', 논란 속에 오로지 훈련에만 몰두했고 '실력'으로 응답했다. '빙속여제'의 '오뚝이' 쾌거에 팬들 역시 뜨거운 관심과 함께 축하를 건네고 있다.

이번 우승으로 이상화는 종목별 세계선수권 3회(2012, 2013, 2016년) 제패 쾌거를 일궜다. 카트리오나 르메이돈(캐나다·1998, 1999, 2001년)과 함께 역대 최다우승 공동 2위다. '독일 레전드' 볼프의 역대 최다우승 기록(4회, 2007, 2008, 2009, 2011년)에 바짝 다가섰다. 대회 역대 최다 메달 '공동 1위'의 영예도 안았다. 2005년 첫 동메달을 시작으로 이번 대회까지 총 6개(금3, 은1, 동2)의 메달을 휩쓸었다. 중국 왕베이싱의 역대 개인 최다 메달(6개, 은5, 동1) 기록과 동률이지만, 메달색도, 순도도 다르다.

이상화는 27~28일 서울에서 열리는 스프린트 세계선수권에는 참가하지 않는다. 캐나다 훈련캠프로 돌아가 3월 월드컵 파이널 무대를 착실히 준비할 예정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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