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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특집]유 영 그리고 김연아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6-02-04 18:30 | 최종수정 2016-02-05 00:05


피겨스케이팅 유영 인터뷰
성남=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2.04/

카메라 셔터가 울리자 표정이 바뀐다.

인터뷰 당일인 4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빙상장에서 열린 제97회 동계체육대회 피겨스케이팅 여자초등부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동메달에 머물렀다. 아쉬운 마음이 '끼'까지 덮지는 못했다. 화려한 연기의 원천인 듯 했다. 어려운 질문에 쑥스러워 할 때는 또 영락없는 '초딩'같았다. 그의 나이는 이제 12세다. 암울했던 얼음판 위에서 희망을 준 것만으로도 그의 존재는 특별하다. 김연아가 떠난 한국 피겨의 새로운 희망로 떠오른 유 영(12·문원초5)이야기다.

유 영은 지난달 10일 막을 내린 2016년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시니어에서 고등학생 언니인 박소연(19·신목고)과 최다빈(16·수리고) 등을 모두 꺾고 단숨에 '포스트 김연아'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김연아의 한 마디가 결정적이었다. "내가 초등학교 때보다 더 잘한다."

지난 한 달간 유 영의 위상은 하늘과 땅 차이로 바뀌었다. 유 영만을 위해 규정이 바뀌었을 정도다. 나이 제한에 걸려 대표팀에서 물러서야 했던 유 영은 여론을 등에 업고 국가대표급 대우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김연아가 운영하는 매니지먼트 회사인 올댓스포츠와 계약을 하며 '우상' 김연아와 한솥밥을 먹게 됐다.

인터뷰 동안 유 영의 표정은 동메달의 아쉬움이 가득했다. 욕심이 많다더니 사실이었다. 그런 유 영을 미소짓게 한 건 '김연아'라는 이름 석자였다. '연아 언니' 이야기를 꺼내자 금새 수줍은 소녀가 됐다. 싱가포르에 있던 유 영은 6세였던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김연아가 금빛 연기를 펼치는 것을 보고 피겨에 발을 들였다. 유 영은 점점 김연아에게 다가서고 있다. 2016년 희망의 이름 유 영에게 지금껏 피겨인생과 더 많이 남아 있는 앞으로의 인생, 그리고 김연아에 대해 들어봤다.


성남=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피겨스케이팅 유영 인터뷰
성남=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2.04/
-종합선수권 대회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을 것 같다.

많이 알아봐주세요. 사진도 찍고 사인도 해달라고 하세요. 그래서 사인을 개발했는데 오늘 처음 한거에요. 경기 때마다 방송 카메라들이 많이 와서 처음에는 재밌었는데 요새는 부담도 되요. 대회에서 집중해야 하는데 붕 뜨는 것 같아요. 그래서 동계체전에서 동메달에 머문 것 같아요.


-가족들의 반응은.

싱가포르에 있는 아빠랑 2달에 한번 보는데 요새 제 기사가 많이 나와서 너무 좋아하세요.

-태릉에서 훈련은 어떤가.

부딪히지도 않고 언니들이랑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아요.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해요. 지금 태릉에서 2시간 타고, 지상에서 2시간 훈련하고, 과천에서 2시간 타고, 스핀 1시간 연습하고 있어요. 원래 발목이랑 골반이 안좋았는데 태릉에서는 훈련부터 치료까지 다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원래 운동선수는 아파야 정상이래요. 힘들지만 연아 언니처럼 좋은 성적 내려면 참아야죠.

-김연아와 한솥밥을 먹게 됐는데.

아직 못봤어요. 근데 계약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좋았어요. 태릉에서 가끔 볼때마다 좋은 얘기를 해주셨거든요. '부상 없이 가라'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돼요.

-김연아는 유 영에게 어떤 의미인가.

원래 엄마가 연아 언니 팬이었는데 밴쿠버올림픽을 보는데 반했어요. 너무 멋있는거에요. 점프도 막하고 스핀도 하고 다리 올리고 재밌을거 같았어요. 그래서 싱가포르 링크에서 탔더니 재밌어서 배워보자고 했죠. 언니가 했던 죽음의 무도랑 007 흉내도 많이 냈어요. 근데 언니랑 다르더라고요. 처음보다는 많이 힘들어졌지만 후회는 안해요. 꼭 언니처럼 되고 싶어요.


제97회 전국 동계체육대회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4일 성남탄천실내빙상장에서 열렸다. 여자 초등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 유영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는 쇼트프로그램 2위를 차지했던 임은수가 프리스케이팅에서 116.24점을 기록하며 총점 174.55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유영은 프리스케이팅에서 109.77점으로 총점 162.71점으로 3위를 차지했다.
성남=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2.04/
-힘들때는 어떻게 하나.

과자랑 분식을 좋아하는데 다 참아야 해요. 운동이 힘들때도 있고. 엄마를 닮아서 독한 게 있나봐요. 안되면 될때까지 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래도 링크에 있을때가 제일 좋아요. 표현력이 좋다고 얘기해주시는데 정말 좋아서 나오는 표정이에요.

-링크 밖의 유 영은 어떤가.

시간이 없어서 특별한 것은 못해요. 그나마 쉬는 일요일에 친구들이랑 찜질방 가는 게 다에요. 가끔 강아지 까페도 가고. 요새는 트와이스에 빠졌어요. 핸드폰으로 영상 보고 그래요.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알아보니까 사인해달라고도 하고. 그러면 기분이 이상해요. 국가대표를 같이 하는 임은수(응봉초) 김예림(군포양정초·이상 13) 언니랑 라이벌 의식 많이 물어보는데 정작 밖에서는 친하게 지내요. 시합 때는 말 안하지만 경기 끝나면 같이 매점으로 달려가요.

-앞으로의 목표는.

연아언니처럼 올림픽 금메달 따고 싶어요. 무대는 베이징 올림픽이 되겠죠. 그래서 세계에서 인정해주는 선수,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분신 같은 엄마에게 한마디 하면.

힘들때도, 좋을때도 있지만 항상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열심히 이겨낼께요. 엄마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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