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또 다시 이동국 그리고 최강희, 그들의 끝은 어디일까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5-12-01 18:40


12월 1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K리그 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프로축구연맹 후보선정위원회가 선정한 최우수감독상, 최우수선수상(MVP), 영플레이어상, 베스트 11 부문별 후보 중 최종 수상자가 결정된다.
영플레이어상 이재성, 감독상 최강희 감독, MVP 이동국이 기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12.01

전북 천하다.

2009년과 2011년에 이어 지난해 K리그를 평정한 전북 현대, 올해 정상도 그들의 몫이었다. '절대 1강'의 위용은 대단하고 또 대단했다.

전북의 대명사인 최강희 감독(56)과 간판 킬러이자 주장 이동국(36)은 늘 그랬듯 다시 한번 짝을 이뤘다.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은 그들을 위한 무대였다. 이동국은 대상 시상식의 '꽃중의 꽃'인 MVP(최우수선수)를 4번째 수상했다. 최 감독도 4번째 K리그 최고 감독상을 들어올렸다.

K리그는 1983년 세상에 나왔다. 우승팀에서 MVP와 감독상을 배출하지 못한 것은 각각 3차례와 2차례에 불과했다. 올해도 이변은 없었다.

이동국은 박빙의 승부 끝에 MVP를 거머쥐었다. 기자단 투표에서 유효표 총 109표 중 52표를 받았다. 올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염기훈(수원·48표)을 불과 4표차로 따돌렸다. 이동국은 올 시즌 K리그에서 33경기에 출전, 13골-5도움을 기록했다. 염기훈은 35경기에 출전, 8골-17도움으로 도움왕과 최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기록에선 이동국이 뒤졌다. 그러나 그는 전북의 2연패를 이끈 주역이었다. 결국 축구는 팀 스포츠다. 개인 기록이 우승을 넘지 못했다.

우승과 함께 MVP는 늘 그의 차지였지만 이동국도 만감이 교차했다. MVP 트로피와의 짜릿한 키스는 더 달콤했다. 그는 "축구를 하면서 MVP를 받지 못한 선수들도 많다. 4번을 탔다는 것이 영광스럽다"며 "전북에 소속되어있지 않았다면 이런 상을 탔을까 의심스럽다. 전북에 오게 만들어 준 최강희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대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이동국은 KBS의 예능프로그램인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 중이다. 다섯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보이며 인기몰이 중이다. 이동국은 "시즌 중간에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다. 경기력을 걱정하는 시선들도 있었다. 그것을 이기기 위해 더욱 열심히 했다. 방송을 통해 아이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면서 추억을 만들었다. 또 전북이 1위를 달린다는 것도 방송을 통해 알았다는 분들이 많았다. 출연을 잘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소중한 보물들이다. 항상 아빠로서 성인이 될 때까지 지켜주고 싶다.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동국은 마흔 살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은퇴'라는 단어는 없다. 그는 "좋은 신체를 물려준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아직 힘들어서 은퇴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스무살 때나 지금이나 경기 후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생각에 따라서 몸은 바뀐다. 충분히 할 수 있는 한 하고 싶다. 내년 시즌에도 좋은 활약을 펼쳐 색안경을 끼고 계신 분들의 걱정을 날려버리고 싶다"며 내년 시즌을 기약했다. MVP 부문의 또 다른 후보인 올 시즌 득점왕 김신욱(27·울산)은 9표 득표에 그쳤다.


감독상은 이견이 없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이 83표를 득표했다. 김학범 성남 감독(14표)과 포항을 떠난 황선홍 감독(12표)은 경쟁 상대가 못 됐다.

새로운 역사를 열었다. 최 감독은 전북 창단 후 첫 우승이던 2009년 감독상을 시작으로 2011년과 2014년 K리그 최고의 지도자로 우뚝 섰다. 올해 4번째 감독상을 들어올렸다. 성남을 이끌며 각각 3차례 감독상을 수상한 박종환 감독(1993∼1995년)과 고 차경복 감독(2001∼2003년)을 넘어섰다.

"봉동이장, 출세했다." 그의 환희였다. 최 감독은 자신의 상보다 이동국과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이재성(23·전북)의 수상을 더 기뻐했다. 그는 "내가 상을 받은 것 보다 두 선수가 워낙 치열하게 경쟁한 것을 알고 있다. 두 선수와 함께 상을 받게 돼 기쁘고 행복하다"며 훈훈하게 웃었다.

최 감독의 전매특허는 '닥공(닥치고 공격)'이다. 하지만 여름 이적시장에서 에두와 에닝요 등의 이적으로 '닥공'이 삐걱거렸다. 그래도 뛰어난 위기관리능력으로 2연패 달성에 성공했다. 최 감독은 "정상에 오르는 것도 힘들지만 지키는 것이 더 힘들다. 정상에서 한 순간에 무너지는 팀도 봤다. 우승에 도취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의미에서 리빌딩을 해야 한다. 구단과 상의해서 수용할 수 있는 만큼의 보강을 하겠다. 일반인도 알 수 있는 선수를 영입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이제 내년 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또 다른 전북, 강한 전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K리그의 찬란한 역사를 함께 일궈나가고 있는 최강희 감독과 이동국, 과연 그들의 끝은 어디일까. 사제지간인 둘은 내년에도 '전북 찬가'를 부를 준비를 하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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