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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국제체조연맹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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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체조 영웅' 리세광(30)이 세계선수권 도마 2연패에 성공했다.
'도마의 신' 양학선(23·수원시청)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재활중인 상황에서 리세광을 가로막을 적수는 없었다. 리세광은 1일 밤(한국시각)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FIG) 세계기계체조 선수권 도마 종목별 결승에서 1위에 올랐다. 1차 시기 난도 6.4의 드라굴레스쿠 파이크(무릎 펴고 앞으로 몸접어 2바퀴 공중 돌며 반바퀴 비틀기)로 15.600점을 받았고, 2차시기 난도 6.4의 '리세광' 기술(뒤로 몸 굽혀 2바퀴 공중 돌며 1바퀴 비틀기)로 15.300점을 찍으며 평균 15.450점으로 2위 루마니아의 마리안 드라굴레스쿠(15.400점)를 0.050점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지난해 난닝세계선수권 우승에 이어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3위는 15.350점을 받은 미국의 도넬 휘튼버그에게 돌아갔다. 예선 4위로 결선에 오른 기대주 김한솔은 1-2차 시기 평균 14.500점으로 8명중 8위에 머물렀다.
리세광은 양학선 외에 세계에서 도마 난도 6.4를 찍는 유일한 선수다. 만 30세, 한국나이로는 31세에 2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도마 종목 금메달을 따낸 이후 2008년 도하아시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땄고, 2007년 슈투트가르트세계선수권에서 도마 동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직전 북한 체조대표팀이 나이조작을 이유로 국제무대 출전정지 제재를 당하며 이후 2년간 런던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나서지 못했고, 이 시기 세상에 없는, 독보적 신기술을 장착한 '도마의 신' 양학선이 등장하며, 리세광은 잊혀지는 듯했다. 양학선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시작으로 2011년 도쿄세계선수권, 2012년 런던올림픽, 2013년 카잔유니버시아드, 2013년 앤트워프세계선수권까지 4년간 금메달을 휩쓸며 승승장구했다.
양학선은 2013년 앤트워프세계선수권, 리세광과의 첫 맞대결에서 승리했고,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맞대결에서도 착지과정에서 넘어지는 큰 실수를 한 리세광보다 앞섰다. 리세광이 노메달에 그친 반면, 양학선은 햄스트링 부상을 딛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었다. 그러나 컨디션 난조 속에 3연패를 목표로 출전한 난닝세계선수권에서 양학선이 착지 실수로 아쉽게 7위에 그친 반면, 리세광이 자신의 세계선수권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양학선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숨을 고르는 새, 서른살의 리세광이 다시 기회를 잡았다. 나란히 세계선수권 2연패 기록을 나눠갖게 됐다. 2006년 첫 금메달 이후 2015년 또다시 세계 정상에 오른 노장 '체조영웅'의 투혼에는 분명 배울 점이 있다. 20대 중후반에 전성기에서 내려오거나 은퇴하는 대부분의 국내 에이스들과 달리 독보적인 기술이 있고, 자기 관리만 잘한다면 서른살에도 세계선수권 금메달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희망도 던졌다.
현재 양학선은 소속팀 수원시청에서 병원을 오가며 재활에 전념하고 있다. 내년 리우올림픽, '남북 도마 영웅'의 진검승부는 더욱 흥미진진하게 됐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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