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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2차 공판,'그날 약물리스트'의 진실은?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06-04 20:22



'박태환 도핑 사건' 관련 두번째 공판이 열렸다.

4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강병훈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두번째 공판에서는 본격적인 증인 심문이 이뤄졌다. 이번 재판은 검찰이 지난 2월 6일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에게 금지약물을 주사한 의사 김모 원장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4월 첫 공판에서 검찰은 박태환과, 병원을 소개한 뷰티컨설턴트 A씨, 약물 리스트를 받았던 전 매니저 B씨, 도핑약물 여부를 확인했던 전 트레이너 C씨 등 4명을 증인으로 신청했고, 김 원장측은 박태환측에 약물 리스트를 전달하는 현장을 목격한 간호사 D씨를 증인 신청했었다. 전 매니저 B씨와 전 트레이너 C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지난 1일부터 훈련을 재개한 박태환(26)과 뷰티 컨설턴트, 김 원장측 증인인 간호사는 개인사정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이날 증인 심문에서 '약물 리스트'는 중요한 화두였다. 김 원장측과 검찰측의 진실공방은 계속됐다. 2013년 10월 31일 박태환과 함께 T병원을 처음 찾았던 측근들이 증인으로 나선 자리였다. 김 원장측은 "2013년 10월 31일 첫 방문 당시 피해자의 매니저에게 비타민, 영양제 리스트와 함께 수기로 향후 투약할 테스토스테론과 성장 호르몬을 기재해 매니저에게 건네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태환측이 호르몬을 사전인지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중요한 주장이다. 그러나 지난 4월 20일 첫 공판에서 김 원장측은 "약물 리스트는 피해자에게 넘겨졌기 때문에 피고인이 보관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그런데 이날 2차 공판, 변호인의 증인 반대심문 과정에서 문제의 '약물 리스트'가 등장했다. 김 원장측이 제시한 2장짜리 리스트에는 먹는 비타민, 영양제는 물론 비타민 주사, 정맥주사, 호르몬제가 모두 기입돼 있었다. 김 원장의 변호인측은 박태환 전 매니저 B씨에게 "병원에 방문한 첫날 이런 종이를 보거나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B씨는 "처음 본다. 내가 그날 받은 종이는 이렇게 복잡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첫날 내가 병원을 방문해 받은 약물 리스트는 확인 결과 모두 도핑과 무관한 비타민제였다"라고 재확인했다. 김 원장과의 첫 만남 당시 "박태환은 운동선수이기 때문에 도핑에 주의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병원에서 쓰는 약물 리스트를 미리 달라고 했다. 제가 처방전을 확인한 후 이상 없으면 쓰셔도 된다고 말했고, 김 원장은 모두 비타민제이기 때문에 도핑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이야기했다"고 증언했다. 김 원장이 비타민 리스트에 테스토스테론과 성장호르몬을 수기로 기입해서 줬다는 주장에 대해 "호르몬 처방을 위해서는 피 검사가 선행돼야 한다. 결과가 나오려면 2주가 걸린다. 병원에 방문한 첫날은 피 검사도 하지 않았는데, 호르몬을 리스트에 써줬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일축했다. 전 의무 트레이너 C씨에게 처방전을 보여주자 역시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날 반대심문에서는 김 원장의 변호인 측은 '2014년 7월 이전에 남성호르몬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던 것같다'는 박태환의 검찰 조서 내용을 공개했다. "남성호르몬인 줄 모르고 주사를 맞았다"던 박태환의 기존 주장을 뒤집는 증거로 주목받았다. 이에 대해 박태환 소속사 팀GMP측은 "조서 내용이 일부만 잘려서, 공개됐다. 검사가 선수에게 '그 병원이 호르몬 전문병원이라는데, 그 병원을 다니면서 호르몬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한번도 없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던졌고, 선수는 솔직하게 들어본 적이 있다고 말한 부분이 일부 발췌됐다. 2014년 7월29일 네비도를 주사할 당시의 이야기가 아니다. 검찰 조서 전문을 보고, 전체 맥락에서 이해해야 진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증인 심문 후, 증거를 정리하는 순서, 변호인단이 증인 심문에서 제시했던 2장짜리 약물 리스트를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재판장인 강병훈 부장판사가 곧바로 의문을 제기했다. "4월20일 공판 당시 박태환측에 약물 리스트를 교부했기 때문에, 피고측은 해당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고 하지 않았느냐? 이 리스트는 어디서 난 것이냐"고 질의했다. 김 원장의 변호인단은 "박태환에게 준 것은 아니라, 병원에 오는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이런식으로 지급되는 출력물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 측 이주현 검사가 반박했다. "'이제 와서 그때 이렇게 줬을 것'이라고 새로 만들어온 리스트가 어떤 증거 능력이 있느냐."

변호인측은 박태환의 휴대폰 메신저 내용도 증거로 제출했다. 박태환이 뷰티컨설턴트 A씨에게 "누나 오늘은 거기(T의원) 해? "라고 묻자 C씨가 "원장님 학회 가셨어"라고 답한다. 박태환이 "아, 그러시구나, 오늘 되면 치료를 오늘 받으려고 했지. 점심때쯤"이라는 내용이다. 변호인측은 이를 통해 박태환이 자발적,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았음을 입증하고자 했다. 이주현 검사가 다시 이에 대해 반박했다. 해당 메신저 내용 전문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 메신저의 마지막 내용이 잘렸다.'너 도핑약물 확인서 빨리 줘야, 비타민 처방 해주는데'라는 내용이 뒤에 붙어있다. 저 내용은 선수가 호르몬이 아니라 '비타민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음을 입증하는 증거" 라고 말했다.

갑론을박, '진실게임'이 계속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김 원장이 지난해 10월 31일 박태환에게 처음으로 건넨 '약물 리스트'의 원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기록부 역시 메신저를 통해 오간 처방전 내역이 누락되거나, 뒤늦게 기억에 의존해 기입된 부분이 있다. 검찰측은 의료 기록의 신빙성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의사에게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 외에 의료법 위반 혐의가 추가된 이유다. 김 원장 측은 "진료기록 미기재 부분에 대한 사실관계는 인정하나 사안이 가볍다"는 입장이다. "도핑에 대해서는 스포츠전문의가 아닌 김 원장보다 도핑교육을 꾸준히 받아온 박태환측이 더 잘 알고 있다"는 주장이다. 검찰 측은 "주사제의 주의사항과 부작용을 투여하기전에 설명하고 환자에게 정확하게 인지시킬 주의 의무는 의료인인 김 원장에게 있다"는 입장이다. 박태환측은 "선수는 비타민 치료, 피부 치료, 푸드테라피, 카이로프랙틱을 위해 해당 병원을 찾았다. 의사의 주장대로 병원에서 받은 '약물리스트'에 남성호르몬이 명시돼 있었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도핑 검사를 받아야할지 모르는 선수가 알고 맞았을 리 없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진실의 열쇠는 결국 박태환이 쥐고 있다. 박태환은 내달 14일 오후 4시30분 3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서 직접 입을 열 예정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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