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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18개월 징계,베테랑 하워드 변호사 선임 '신의 한수'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03-24 07:06


하워드 제이콥스 로펌 공식 홈페이지

박태환(26)이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선수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FINA는 23일(한국시각) 스위스 로잔 팰리스호텔에서 박태환의 도핑위원회 청문회를 개최한 직후 18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확정해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예상대로 반도핑에 대한 '무관용원칙'에 따라 징계를 피하지 못했지만, 통상 2년 자격정지가 일반적인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계열의 징계기간보다는 6개월이 감경됐다. 대한체육회 대표 선발규정의 벽이 있지만, 일단 2016년 8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의 길이 열리게 됐다.
사진출처=하워드 제이콥스 트위터

FINA 청문회에서 노련하고 유능한 스포츠 변호사 선임은 '신의 한수'가 됐다. 박태환은 최근 변호인을 바꿨다. 기존에 알려진 스위스 출신 안토니오 리고치 변호사 대신 미국인 하워드 제이콥스 변호사를 새로이 선임했다. 우사마 멜룰리(튀니지), 세자르 시엘류(브라질), 제시카 하디(미국) 등 세계적인 수영선수들의 도핑 케이스에서 선수 중심의 적극적인 변론과 판결을 이끌어낸 경험 많고 명망 있는 변호사다. 그의 홈페이지에는 '하워드 제이콥스는 진정한 선수들의 변호사다. 어떤 이슈, 어떤 선수도 추천할 수 있다'는 챔버스 USA가이드(로펌 가이드)의 추천사가 씌어 있다. 직접 쓴 소개글에도 "나는 모든 논란에 휩싸인 선수들을 대변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도핑에 연루된 아마추어 선수, 올림피언들을 변호하고 보호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썼다. 홈페이지 대문에는 '당신이 계속 뛸 수 있도록(Keeping you in the game)'이라는 한줄 메시지가 선명하다.

수없이 많은 전세계 도핑 케이스에는 수많은 사연들이 숨어 있다. 경기력 향상에 눈이 멀어 작정하고 상습복용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예기치 않은 실수나 부주의, 약물에 대한 무지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제이콥스 변호사는 이러한 억울한 케이스를 선수 중심에서 바라보고,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 변호사로 손꼽힌다. 박태환의 18개월 징계가 확정된 직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늘 청문회가 빠른 결과 발표는 그가 얼마나 위대한 수영선수인가를 보여준다. 그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보게 되기를 고대한다'고 썼다. 그가 담당한 도핑 케이스의 '월드클래스' 선수들은 사건 이후 오히려 더 강해졌다. 추락한 명예를 회복하고자 하는 의지, 치열한 노력은 빛나는 결실로 이어졌다. 18개월 징계로 올림픽에서의 명예회복을 꿈꿀 수 있게 된 박태환에게도 더 강해져야할 이유가 생겼다.

제시카 하디의 예

2008년 베이징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한 미국의 제시카 하디(28)는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 성분인 클렌부테롤이 검출됐다. 2007년 멜버른세계선수권 여자평영 50m 금메달리스트였던 하디는 '1년' 자격정지 처분만을 받았다. 후원받은 보충제에 해당 성분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 중대한 과실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베이징올림픽 출전은 불발됐지만 심기일전했다. 2011년 상하이세계선수권 여자평영 50m 금메달,런던올림픽 400m 혼계영 금메달, 400m 계영 동메달을 따냈고, 2013년 바르셀로나세계선수권 혼계영 400m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자르 시엘루 필류의 예

베이징올림픽 남자자유형 50m 금메달리스트이자 브라질의 단거리 '수영영웅'인 세자르 시엘루 필류는 2011년 5월 도핑테스트에서 프로세미드가 검출됐다. 동료 4명과 함께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처벌을 피했다. CAS의 결정에 따라 그해 상하이세계선수권에 출전해 접영 50m, 자유형 50m에서 금메달을 휩쓸었다. 이후에도 런던올림픽 자유형 50m 동메달, 2013년 바르셀로나세계선수권 접영 50m 금메달을 따내며세계 단거리 수영의 최강자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우사마 멜룰리의 예

튀니지 출신 장거리 수영 에이스 우사마 멜룰리(31)는 2006년 11월 출전한 미국수영대회에서 각성제인 암페타민 성분이 검출되며 수영선수로서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세계반도핑기구 규정에 따라 2년간 선수자격이 박탈됐고, 메달도 모두 뺏겼지만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멜룰리의 징계기간을 6개월 감경해줬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에 재학중이던 멜룰리가 밤샘 공부를 위해 각성제를 복용한 사정을 감안했다. 이후 멜룰리는 심기일전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3연패를 노리던 해켓을 제치고 남자자유형 15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조국 튀니지에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선물한 후 "지난 2년간 고개를 들지않고 헤엄치고 웨이트트레이닝 하느라 집에 가지 못했다"는 소감으로 화제가 됐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원영 선수로 변신해 남자수영 10km 금메달과 1500m 동메달을 동시에 따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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