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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셀프 통역 촌극이다.
29일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1500m 경기가 끝난 뒤였다. 시상식을 마친 뒤 기자회견이 열렸다. 금메달리스트인 카타르의 모하메드 알 가르니와 은메달리스트 모하메드 라시드 압둘가데르 라즈미(바레인) 동메달리스트 아드난 타에스 아가르 알민트파지(이라크)가 자리에 나왔다. 이 때 기자회견을 주관하는 프레스매니저는 오자마자 입을 뗐다. "현재 아랍어 통역이 어려울 것 같다. 금메달리스트만 영어가 가능하다"고 했다.
보다못한 금메달리스트가 나섰다. 중간에 통역을 자처했다. 물론 그도 그리 능통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어느 정도 뜻은 전달됐다. 막판에는 동메달리스트인 이라크 선수가 영어와 아랍어를 섞어가며 대답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프레스매니저는 미안해하며 "조직위에서 아랍어 통역을 단 한명도 배정하지 않았다. 경기장 전체를 대상으로 찾았지만 아랍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아랍어를 쓰는 인구는 약 2억9500만명이다. 아시아에서는 1억940만명이 쓴다. 이번대회 참가 45개국 가운데 아랍어를 쓰는 나라만 11개국이다. 아랍어 통역이 없는 아시안게임. 과연 제대로된 대회인지 묻고 싶다.
인천=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