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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녁에 금빛 화살을 날린 최보민(청주시청)은 그날을 떠올렸다. 2013년 10월 터키 안탈리아 세계선수권대회 8강전. 당시 최보민은 엄청난 강풍과 맞서 싸우고 있었다. 선수들의 화살은 번번이 표적을 빗나갔다. 최보민 역시 0점을 쏘기도 했다. 그 가운데 신종현 감독이 있었다. 신 감독은 8강전 도중 쓰러졌다. 대표팀의 부진 속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다가 몸을 가누지 못한 것. 결국 신 감독은 안탈리아에서 뇌출혈로 유명을 달리했다.
최보민에게 신 감독은 은인이다. 원래 최보민은 리커브 양궁을 했다. 이름도 최보민이 아닌 최은영이었다. 2006~2008년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를 누볐다.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 금메달, 월드컵 파이널 은메달을 획드했다. 하지만 2008년 어깨부상이 찾아왔다. 시위를 당기는 오른 어깨를 다쳤다. 수술 후에도 심한 통증 때문에 시위를 당길 수 없었다. 은퇴 위기에 몰렸다. 신 감독은 2010년 최보민에게 컴파운드 양궁 전향을 권했다. 컴파운드는 시위를 당겨 고정했다가 격발스위치를 누른다. 아픈 어깨를 쓰지 않아도 됐다. 신 감독의 뜻에 따른 최보민은 컴파운드 전향을 선택했다. 청원군청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실력을 키워갔다. 이름도 은영에서 보민으로 바꾸었다. 1년정도 지나면서 서서히 적응했다. 그리고 2013년 국제대회에도 나섰다. 대한양궁협회가 컴파운드에도 대표팀을 파견하기로 한 것. 최보민은 대표팀의 일원으로 신 감독과 함께 경험을 쌓았다. 그러던 중 신 감독은 안타까운 사고로 최보민의 곁을 떠났다.
최보민은 27일 오전에 열린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데 이어 개인전에서도 정상에 섰다. '팀 동료' 석지현을 1점차로 제압했다.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2관왕에 오른 최보민은 "로또 1등에 당첨되는 꿈을 꿨는데 그 덕분이다. 이런 영광을 누려도 되는지 모르겠다"면서 "부족한 주장을 믿고 따라준 후배들에게 고맙다"며 동료들을 챙겼다.
인천=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