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부의 세계에선 예의가 우선이다. 거만한 승자보다 겸손한 패자가 더 박수를 받는 이유다. 패배의 쓰린 마음을 숨기고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하는 패자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마쓰이 감독에 이어 기자회견에 나설 예정이었던 김태훈 한국 감독은 라커룸을 들락날락 해야 했다. 대회 진행 관계자는 처음에 '기자회견을 먼저 해야 한다'며 김 감독을 급히 불렀다. 김 감독이 황급히 기자회견장에 도착했으나 '마쓰이 감독이 먼저 할 예정이니 나중에 오면 된다'는 말에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또 다시 기자회견장 호출을 받았으나, 이번엔 10분 간 제 자리를 지키고 있던 마쓰이 감독과 기자회견실에서 마주치는 진풍경까지 펼쳐졌다. 김 감독이 기자회견장에 도착하자 경기장 언론담당관은 일방적으로 "일본 통역관이 오지 않으니 김 감독 먼저 기자회견을 진행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번에도 마쓰이 감독에 대한 양해절차는 없었다. 영어 구사가 가능한 경기장 언론담당관은 굳이 자원봉사자를 불러 '일본어로 설명을 해달라'고 요구를 했고, 자원봉사자는 서툰 일본어로 '한국 감독이 기자회견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10여분을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앉아 있어야 했던 마쓰이 감독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대로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이후 마쓰이 감독이 경기장 로비에서 일본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음에도 "일본 감독이 경기장을 떠나 기자회견을 진행할 수 없다"고 통보한 뒤 일정을 마무리 했다. 기자회견장에 남은 일본 취재진들은 황당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인천아시안게임은 초반부터 엉성한 진행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기자회견에 나선 감독 이름을 모르겠다고 발뺌하는가 하면, 자원봉사자들이 경기장 곳곳에서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셀카 삼매경'에 빠진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시에서 동원된 자원봉사자들의 불친절함도 비난의 대상이다. 해외 언론들은 '4년 뒤 동계올림픽을 치러야 하는 한국의 수준과 거리가 있다'고 실소를 머금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은 대회 초반부터 '코리아'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다.
인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