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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첫 金' 이하성 "잘 뛰어 놀아 우슈 시작"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4-09-20 18:01



한국에 인천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안긴 이하성(20·수원시청)은 한때 '우슈 신동'으로 불렸던 예비스타였다.

이하성은 20일 강화 고인돌체육관에서 열린 우슈 남자 장권 투로 결승에서 9.71점을 받아 자루이(마카오·9.69점)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의 대회 첫 금메달이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이후 한국 우슈도 12년만에 금메달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투로는 격투기 종목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형태로 리듬체조나 피겨스케이팅처럼 선수 홀로 나서 기술을 선보여 점수를 받는 방식이다. 10점 만점에서 실수나 불완전 요소를 감점하는 방식으로 채점한다.

이하성은 동작질량과 난이도에서 각각 만점인 5.00점과 2.00점을 받았고, 연기력에서도 2.71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모든 동작과 연기에서 완벽한 모습이었다. 동작에 힘이 있었고, 정확도 또한 뛰어났다.

이하성은 동작질량과 난이도에서 먼저 연기한 우승후보 자루이와 같은 점수를 받았지만, 연기점수에서 0.02점 앞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하성은 '강심장'과 '끼'가 돋보였다. 어렸을 때 '우슈 신동'으로 주목 받아 TV에 출연하고, 현 대표팀 코치인 박찬대 코치와 일본으로 건너가 아역배우로 활동한 경험 등이 큰 도움이 됐다. 경기장에서 흔들림 없는 강심장과 수준급의 표현력은 일찍부터 만들어진 이하성의 무기였다.

이하성은 금메달이 확정된 뒤 "정말 상상도 못했다. 얼떨떨하다. 다른 한국선수들도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 많은 관중이 응원을 해줘서 큰 힘이 됐다. 그 덕분에 더욱 잘할 수 있었다"며 입을 열었다.

앞서 등장한 강력한 우승후보 자루이의 점수가 높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하성은 "나는 내 경기에만 집중하려 했다. 떨리지는 않았다. 고난이도의 동작을 모두 성공시켰을 때, 기분이 좋았다"고 당당히 말했다.


홈팬들의 환호는 큰 힘이 됐다. 이하성은 "외국 경기장은 환호가 굉장히 적었다. 그런데 오늘은 많은 함성과 응원이 있어서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우슈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선 "내가 어렸을 때부터 잘 뛰어 놀았다고 한다. 그것이 자연스레 우슈로 이어졌다"고 답했다. 이하성은 9살 때 우슈를 시작해 한 중학생 때인 2006년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우슈 신동'으로 불렸다.

하지만 눈에 띄는 성적은 남기지 못했다. 고등학교 때 전국체전에서 고등부 1위를 휩쓸며 한 차례 청소년대표로 선발되기도 했으나, 부상으로 더이상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일반부에 올라와서도 지난해 천국체전에서 곤술 5위, 도술 6위, 장권 4위, 종합 5위에 오르며 중상위권 성적에 머물렀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기대주'로 꼽힌 정도였다. 대표팀 내에서도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딴 조승재를 비롯해 이하성보다 주목받는 선수들이 많았다.

하지만 대표선발전에서 경쟁자들이 부상 등의 불운을 겪었고, 이하성이 성인 무대에서 처음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금메달까지 운도 따랐다. 장권 종목에 종주국인 중국이 선수를 출전시키지 않았다. 우슈는 종주국인 중국이 압도적인 성적을 보이고 있고, 기술을 채점하는 방식인 투로에서는 중국 심판들의 텃세도 심하다. 하지만 중국 선수가 없는 사이 이하성이 쾌거를 이뤄냈다.

중국 본토에서 전지훈련하는 등 피나는 노력을 한 끝에 얻은 금메달이었다. 한국 우슈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양승찬이 태극권 금메달(투로)을 차지한 뒤로 12년만에 금메달을 배출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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