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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스포츠의 무대는 빙상과 설상입니다. 경쟁이 숨을 쉽니다. 1등이 있으면, 꼴찌가 있습니다. 눈물에도 온도차가 있습니다.
금메달 후보 중 김연아가 먼저 첫 테이프를 끊었습니다. 점프 하나, 하나에 피가 말리더군요. 옆에 앉은 일본 기자도 침을 삼켰습니다. 흠이 없는 완벽한 연기에 한국과 일본 기자들의 표정은 극과 극이었습니다. 연기가 끝나면 선수는 곧바로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통과합니다. 김연아를 만나는 데는 인내가 필요했습니다. 각국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에 30분 넘게 기다려야 했습니다. 가장 마지막에 한국 신문기자들 앞에 섰습니다. "고생했어요." 큰 목소리의 합창에 깜짝 놀라더군요. 그러면서 미소로 화답했습니다. 순식간에 긴장이 풀린 듯 가감없는 수다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았습니다. 김연아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내려온 일본 기자들은 부러움 반, 시샘 반의 표정이었습니다. 솔직히 통쾌했습니다.
그리고 반전이 있었습니다.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한 16세의 신성 율리아 리프니츠카야(러시아)는 그야말로 홈팬들의 광적인 응원을 받았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까지 직접 챙길 정도로 그녀에 대한 기대는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어린 소녀는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기자석에서도 묘한 전류가 흘렀습니다. 냉전시대가 환생한 듯 양 진영의 명암은 엇갈렸습니다.
21일 러시아의 잔치로 끝난 프리스케이팅은 더했습니다. 러시아 대 반러시아의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김연아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하지만 평가는 달랐습니다. 러시아 외의 기자들은 김연아가 진정한 금메달리스트라고 엄지를 세웠습니다. 그래서 아쉬움이 더했습니다.
올림픽은 지구촌의 축제입니다. 취재 공간은 수만가지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선수들의 희비에 각국 기자들도 천당과 지옥을 오갑니다. 폐막이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소치(러시아)=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