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의 소치 인사이드]⑫선수들의 희비, 기자들도 운명을 함께합니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2-21 07:34


13일 오전(한국시간) '피겨요정' 김연아가 소치 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입국한 김연아가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은 이번 소치 올림픽에 아이스하키를 제외한 6개 종목에 동계 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인 선수 71명을 파견했다. 임원 49명을 포함한 선수단 규모도 120명으로 역대 최대. 역대 최대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하는 한국은 메달 12개(금 4개·은 5개·동 3개)를 수확, 2006년 토리노·2010년 밴쿠버 대회에 이어 3회 연속 종합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소치(러시아)=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2.13.

겨울스포츠의 무대는 빙상과 설상입니다. 경쟁이 숨을 쉽니다. 1등이 있으면, 꼴찌가 있습니다. 눈물에도 온도차가 있습니다.

무대에서 눈을 살짝 돌리면 기자석이 마련돼 있습니다. 전세계에서 모인 기자들이 한 자리씩을 꿰차고 있습니다. 각국 언어들이 잔치를 벌입니다. 취재경쟁의 미명하에 선수들과 기자들은 운명을 함께합니다. 이상화가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자 옆에 앉은 중국 기자가 "축하한다"는 말을 건넸습니다. 쇼트트랙 여자 선수들이 8년 만에 3000m 계주에서 금빛 질주를 펼친 후 기자의 눈시울도 붉어졌습니다. 그들의 말못할 마음고생을 옆에서 지켜봤습니다. 동시에 중국 기자들을 바라보는 것도 '즐거움'이었습니다. 은메달이 아쉬운 데다 실격까지되자 폭발했습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4년 전 밴쿠버에서 그 아픔을 겪었습니다. 표정관리를 하느라 혼났습니다.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은 동계올림픽의 '꽃 중의 꽃'입니다. 20일(한국시각) 쇼트프로그램으로 첫 번째 문이 열렸습니다. 기자석은 만석이었습니다. 다국적 기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습니다. 환호와 탄식이 공존했습니다.

금메달 후보 중 김연아가 먼저 첫 테이프를 끊었습니다. 점프 하나, 하나에 피가 말리더군요. 옆에 앉은 일본 기자도 침을 삼켰습니다. 흠이 없는 완벽한 연기에 한국과 일본 기자들의 표정은 극과 극이었습니다. 연기가 끝나면 선수는 곧바로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통과합니다. 김연아를 만나는 데는 인내가 필요했습니다. 각국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에 30분 넘게 기다려야 했습니다. 가장 마지막에 한국 신문기자들 앞에 섰습니다. "고생했어요." 큰 목소리의 합창에 깜짝 놀라더군요. 그러면서 미소로 화답했습니다. 순식간에 긴장이 풀린 듯 가감없는 수다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았습니다. 김연아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내려온 일본 기자들은 부러움 반, 시샘 반의 표정이었습니다. 솔직히 통쾌했습니다.

그리고 반전이 있었습니다.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한 16세의 신성 율리아 리프니츠카야(러시아)는 그야말로 홈팬들의 광적인 응원을 받았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까지 직접 챙길 정도로 그녀에 대한 기대는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어린 소녀는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기자석에서도 묘한 전류가 흘렀습니다. 냉전시대가 환생한 듯 양 진영의 명암은 엇갈렸습니다.

마지막 주자에 대한 관심도 컸습니다. 아사다 마오(일본)였습니다. 과연 트리플 악셀을 어떻게 소화할까, 모두의 의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끝내 그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그 여파는 마지막까지 이어졌습니다. 안쓰러울 정도로 충격의 연기를 펼쳤습니다. 아사다 또한 올림픽을 위해 4년을 준비했습니다. 국적을 떠나 모든 선수들의 땀은 고귀합니다. 일본의 한 여기자는 결국 울음을 터트리더군요. 다른 기자들도 굳은 표정으로 할 말을 잃었습니다. 말로 표현하지 못할 미묘한 분위기였습니다.

21일 러시아의 잔치로 끝난 프리스케이팅은 더했습니다. 러시아 대 반러시아의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김연아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하지만 평가는 달랐습니다. 러시아 외의 기자들은 김연아가 진정한 금메달리스트라고 엄지를 세웠습니다. 그래서 아쉬움이 더했습니다.

올림픽은 지구촌의 축제입니다. 취재 공간은 수만가지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선수들의 희비에 각국 기자들도 천당과 지옥을 오갑니다. 폐막이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소치(러시아)=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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