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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엔딩스토리]알파인스키 경성현, 부러진 다리도 투혼 막지 못했다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4-02-21 07:34


경성현. 사진캡처=경성현 페이스북

경성현(24·하이원)은 국내 최강자다. 2013년 2월 열린 전국동계체전에서 슈퍼대회전, 대회전, 회전, 복합 등 4종목을 석권했다. MVP에도 선정됐다.

기량만 유지한다면 올림픽 출전은 문제없었다. 올림픽 출전은 경성현의 오랜 꿈이었다. 원래 쇼트트랙 금메달을 꿈꿨다. 초등학교 시절 동계올림픽을 보며 쇼트트랙에 재미를 느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어느 순간 트랙만을 도는 쇼트트랙이 지루해졌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교내 스키대회에 나서며 스키와 인연을 맺었다. 넓은 설원에서 타는 스키에 매력을 느꼈다. 선수의 길을 걸었다.

꿈을 위해 도전을 택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오스트리아로 스키 유학을 떠났다. 코치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스키를 배웠다. 실력이 급성장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인 2007년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급성장을 거듭했다. 2010년 일본 시가고겐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레이스 회전에서 정상에 올랐다. 여러 대회에서 10위권을 유지했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그 어느때보다 높았다. 하지만 꿈은 갑자기 깨졌다. 올림픽 개막 3주전에 출전 쿼터가 4명에서 2명으로 줄었다. 국내 랭킹 3위였던 경성현의 올림픽 출전은 불발됐다.

4년간 절치부심했다. 그 결과 동계체전 MVP에도 올랐다. 국제대회에서도 꾸준히 포인트를 쌓았다. 소치동계올림픽 출전이 확정되자 경성현은 환호성을 질렀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품었던 꿈을 14년만에 이루게 됐다.


철심을 박은 경성현의 다리. 사진캡처=경성현 페이스북
호사다마였다. 2013년 11월 경성현은 왼다리가 부러졌다. 수술을 받았다. 병원에서도 1월에나 걸을 수 있다고 했다. 철심을 박았다. 절망적었다. 하지만 경성현은 한줄기 희망의 빛에 모든 것을 걸었다. 소치동계올림픽은 2월에 열렸다. 매일 10시간 가까이 재활 훈련에 나섰다. 근육을 키워 뼈를 지탱했다. 매번 눈물이 날만큼 고된 재활훈련이었다. 기적이 찾아왔다. 다리 상태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호전됐다. 1월이 되자 스키를 탈 수 있게 됐다. 소치동계올림픽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무리였다. 특히 소치동계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로사 쿠토르 알파인센터의 경사는 남달랐다. 경성현은 진통제를 맞고 훈련에 나섰다. 훈련 자체가 위험했다. 그래도 경성현은 이를 악물었다.

19일 경성현은 대회전 1차 시기에 나섰다. 다리가 온전하지 않았다. 내려가는 속도와 회전을 돌 때의 압력을 감당하지 못했다. 1차 시기에서 1분34초03으로 109명 중 61위를 기록했다. 2차 시기를 앞두고 선수단은 경성현의 다리를 걱정했다. 하지만 그는 고집불통이었다. 자신을 위해 달리고 싶었다. 2차 시기는 더욱 불안했다. 코스를 이탈할 뻔 하기도 했다. 2차 시기 기록은 1분41초17였다. 1,2차 합계 3분15초20으로 66위에 그쳤다. 경성현은 결승선에 들어오자마자 아픈 다리를 부여잡고 쓰러지며 고통스러워했다.

투혼을 보여준 경성현에게 팬들이 몰려들었다. 경성현의 SNS에는 격려의 글들이 넘쳤다. 경성현도 글 하나하나에 '감사하다'며 답글을 남겼다. 동시에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투혼에 스스로 박수를 보냈다. 경성현은 다음 목표를 벌써 잡았다. 평창이다. 평창에서는 성적으로 말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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