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린 연기로 마무리하고 싶어요."
어쩌면 금메달을 바란 것은 그녀보다 우리였을지도 모른다. 김연아는 복귀를 선언한 이후 놀랄만치 성적에 초연한 모습을 보였다. 소치동계올림픽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그녀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어떤 대회든 금메달, 은메달을 누가 받을 지 예상하는 얘기가 있다. 선수들도 인간이라 그런 부분이 신경 쓰이겠지만 떨쳐버리고 내가 준비한 것을 보여준다는 생각 뿐이다. 결국 경기는 그 날의 운이다. 운에 맡기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 최선을 다한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받아들이겠다." 그녀 말대로 이번 은메달은 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목표로 한 것은 이뤘다. 홈텃세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소트니코바의 엄청난 점수 앞에 부담이 될 법도 했지만, 강심장 답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연기를 펼쳤다. 아디오스 노니노를 프리스케이팅 곡으로 결정한 후 공식 경기에서 처음으로 클린에 성공했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끝낸 마지막, 그래서 그녀가 아름답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