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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10일, 빅토르 안, 안현수(29)에게는 지울 수 없는 날이 됐다.
그는 소치에서 철저하게 자신을 감췄다. 소치에 도착할 당시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남기고 공항을 떠났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도 다른 통로를 통해 경기장을 빠져나가거나 질문을 해도 말문을 열지 않았다. 올림픽 후 모든 것을 털어놓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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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수는 2008년 무릎 부상으로 제동이 걸렸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 출전도 불발됐다. 대한빙상경기연맹과의 갈등, 소속팀의 해체 등이 겹쳐 선수 생활의 갈림길에 서자 소치올림픽에서 명예를 되찾겠다는 각오로 주변의 비난을 각오하고 러시아로 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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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수는 500m와 1000m, 5000m 계주에 출격한다. 1500m를 통해 확실히 자신감을 얻은 듯 했다. 그는 "예전에 비해 체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나도 알고, 경쟁 선수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첫 날 메달을 따게 돼 기쁘다. 앞으로는 체력적으로 덜 부담이 되는 경기가 남았다. 더 좋은 모습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국 선수들과의 관계는 불편함이 없다고 했다. 오히려 그런 부분들이 비춰져 후배에게 미안하고 안타깝다며 희미하게 웃었다.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는 "선수로서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있다면 그때까지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선수 생활이 끝나는 날까지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올림픽을 다시 밟고 그는 메달을 다시 목에 걸었다. 하지만 여전히 경계선에 있는 듯 했다. 안현수는 안현수였다. 러시아도 한국도 아니었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