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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올림픽을 즐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밴쿠버가 마지막이라고 했지만 그는 다시 일어났다. 5전6기의 무대, 11일(이하 한국시각) 소치에서 500m 출전했다. 그의 순위는 18위였다. 이제 단 한 경기가 남았다. 12일 1000m가 기다리고 있다.
500m후 경기장을 빠져나오는 그는 미소를 한껏 머금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홀가분하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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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모태범과 이승훈을 향해서는 자신감을 잃지마라고 주문했다. 그는 "이승훈과 모태범 모두 경기를 마치고 표정이 어둡던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단지 오늘 하루 컨디션이 안 좋았을 뿐"이라며 "모두 4년을 열심히 준비해 올림픽에 출전했다. 올림픽은 인정받는 무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수 인생의 피날레인 1000m에 대한 각오도 특별했다. 그는 "테스트 기록이 좋았다. 메달권을 바라볼 수 있는 기록이었다. 컨디션도 나쁘지 않아 자신감도 있다"며 해맑게 웃었다. 그리고 "나는 초반에 승부를 내고 버티는 스타일이다. 체력 소모가 많지만 이번에도 그렇게 할 것이다. 버틴다고 버티면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다. 내 스타일로 마지막 경기를 치르겠다"고 강조했다.
이규혁은 또 자신의 은퇴 후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했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그는 "네덜란드 선수들은 4년 전에만 해도 우리가 '갖고 놀다시피' 했는데 오늘 1∼3위를 휩쓸었다. 개개인에 따라 선수들을 잘 관리하는 것 같다"며 "나는 20대와 같지 않기에 대회가 있으면 조금 더 일찍 가서 준비하거나 어떤 대회는 건너뛰고 싶기도 했다. 메달권에 안 드는 선수라도 자신만의 스케줄을 갖게 하고 세세한 관심을 가져야 진정한 빙상 강국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의 마지막 도전이 시작된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