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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이규혁 "집착을 버리니 새로운 것이 보이더라"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2-11 03:25


10일 오후(한국시간)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아들레르 아레나 스케이팅 센터에서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m 2차 시기 경기가 열렸다. 경기를 마친 한국 이규혁이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한국은 이번 소치 올림픽에 아이스하키를 제외한 6개 종목에 동계 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인 선수 71명을 파견했다. 임원 49명을 포함한 선수단 규모도 120명으로 역대 최대. 역대 최대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하는 한국은 메달 12개(금 4개·은 5개·동 3개)를 수확, 2006년 토리노·2010년 밴쿠버 대회에 이어 3회 연속 종합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소치(러시아)=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2.10.

다들 올림픽을 즐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스피드스케이팅 5000m에서 12위를 차지한 이승훈(26·대한항공)은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500m 밴쿠버올림픽 챔피언 모태범(25·대한항공)은 소치에서 4위로 레이스를 끝냈다. 그는 아무런 말없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의 표정은 굳었고,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맏형' 이규혁(36·서울시청)은 달랐다. 1991년 열세 살의 어린 나이에 처음 태극마크를 단 그가 올림픽과 처음 만난 것은 16세 때였다. 1994년 릴레함메르(노르웨이)였다. 1998년 나가노(일본),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미국), 2006년 토리노(이탈리아), 2010년 밴쿠버(캐나다)를 지켰다. 강산이 두 번 바뀌었다. 16세의 소년은 어느덧 불혹을 바라보고 있다.

밴쿠버가 마지막이라고 했지만 그는 다시 일어났다. 5전6기의 무대, 11일(이하 한국시각) 소치에서 500m 출전했다. 그의 순위는 18위였다. 이제 단 한 경기가 남았다. 12일 1000m가 기다리고 있다.

500m후 경기장을 빠져나오는 그는 미소를 한껏 머금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홀가분하다"였다.

그는 "잘 탔다기 보다 그전에는 늘 불안하고 걱정이 많았다. 이제껏 메달 집착 때문에 힘든 삶을 살았다. 솔직히 욕심히 났고, 그래서 늘 상황이 힘들었다. 그러나 주변에서 다들 즐기고 오라고 해서 오늘은 의식적으로 그렇게 했다. 새로운 것을 많이 느낀다"며 웃었다.


10일 오후(한국시간)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아들레르 아레나 스케이팅 센터에서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m 2차 시기 경기가 열렸다. 경기를 마친 한국 이규혁이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다.
한국은 이번 소치 올림픽에 아이스하키를 제외한 6개 종목에 동계 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인 선수 71명을 파견했다. 임원 49명을 포함한 선수단 규모도 120명으로 역대 최대. 역대 최대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하는 한국은 메달 12개(금 4개·은 5개·동 3개)를 수확, 2006년 토리노·2010년 밴쿠버 대회에 이어 3회 연속 종합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소치(러시아)=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2.10.
내려 놓으니 새 세상이 열렸다고 한다. 이규혁은 "요즘은 긴장감 없이 훈련이 끝나면 지쳐 뻗어 잔다. 예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그런 점들을 배우고 있다. 예전에는 왜 그렇게 못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후배 모태범과 이승훈을 향해서는 자신감을 잃지마라고 주문했다. 그는 "이승훈과 모태범 모두 경기를 마치고 표정이 어둡던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단지 오늘 하루 컨디션이 안 좋았을 뿐"이라며 "모두 4년을 열심히 준비해 올림픽에 출전했다. 올림픽은 인정받는 무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수 인생의 피날레인 1000m에 대한 각오도 특별했다. 그는 "테스트 기록이 좋았다. 메달권을 바라볼 수 있는 기록이었다. 컨디션도 나쁘지 않아 자신감도 있다"며 해맑게 웃었다. 그리고 "나는 초반에 승부를 내고 버티는 스타일이다. 체력 소모가 많지만 이번에도 그렇게 할 것이다. 버틴다고 버티면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다. 내 스타일로 마지막 경기를 치르겠다"고 강조했다.

이규혁은 또 자신의 은퇴 후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했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그는 "네덜란드 선수들은 4년 전에만 해도 우리가 '갖고 놀다시피' 했는데 오늘 1∼3위를 휩쓸었다. 개개인에 따라 선수들을 잘 관리하는 것 같다"며 "나는 20대와 같지 않기에 대회가 있으면 조금 더 일찍 가서 준비하거나 어떤 대회는 건너뛰고 싶기도 했다. 메달권에 안 드는 선수라도 자신만의 스케줄을 갖게 하고 세세한 관심을 가져야 진정한 빙상 강국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의 마지막 도전이 시작된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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