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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12위 아이짱 꺾은 '핑퐁 신데렐라'박성혜 누구?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05-15 23:21 | 최종수정 2013-05-16 05:31



축구공은 둥글다. 12일 잉글랜드 FA컵 결승에서 '디펜딩 챔피언' 맨시티가 '2부리그 강등팀' 위건에게 0대1로 패하며 우승 트로피를 넘겨줬다.

탁구공은 둥글다. 15일 파리세계탁구선수권 여자단식 128강전, 세계랭킹 166위 박성혜(27·대한항공)가 세계 12위 후쿠하라 아이를 4대2(4-11, 11-6, 11-9, 3-11, 11-8, 11-6)로 꺾었다. 일본 탁구의 자존심 '아이짱'이 64강 문턱에서 무릎을 꿇을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강력한 복병' 박성혜에게 무너졌다. 박성혜는 이어진 64강에서도 세계랭킹 94위 장 릴리를 4대1로 꺾고 32강에 올랐다.

'신데렐라' 박성혜가 첫 출전한 세계선수권에서 대이변을 연출했다. 초등학교 1학년때 처음 탁구라켓을 잡았다. 오른손 올라운드 셰이크핸드 전형인 박성혜는 2006년 대한항공에 입단 후 2008년 실업연맹회장기에서 우승하며 저력을 보여줬다. 김경아 당예서 석하정 양하은 등 에이스가 즐비한 '초호화군단' 대한항공에서 빛나지는 않지만, 성실하고 묵묵한 플레이로 자신의 역할을 해왔다. 올해 3월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생애 첫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오전, 오후, 야간 하루 3번 7~8시간 혹독한 훈련을 이겨냈다. 후쿠하라와의 맞대결에서 침착함이 빛났다. 첫세트를 4-11로 쉽게 내줬지만 내리 2세트를 따내며 이변을 예고했다. 4세트를 3-11로 내준 후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보란듯이 5-6세트를 따내며 승리를 완성했다. 1999년 에인트호벤 세계선수권 여자복식 동메달, 2001년 오사카세계선수권 혼합복식 은메달을 따낸 '백전노장 에이스' 출신 김무교 코치가 벤치에 앉았다. 소속팀 대한항공 코치이기도 한 김 코치는 박성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선생님'이다. 고비때마다 제자를 다독이고, 자신감을 북돋우며 승리를 이끌었다. 석하정 양하은 등 팀 동료들이 최근 월드팀컵 등에서 후쿠하라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장면 역시 힘이 됐다. 한솥밥 '절친선배' 김경아는 박성혜에 대해 "약점이 없는 것이 장점이고, 장점이 없는 것이 약점이라고 할 만큼 누구를 상대하더라도 기복없이 배짱있게 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박자를 늦춰 천천히 건 후 파워풀하게 힘으로 몰아치는 특유의 스타일에 아이짱이 당황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살때 탁구라켓을 잡은 후쿠하라는 일본이 자랑하는 '탁구신동' 출신 에이스다. 2002년 전일본선수권탁구대회 여자복식에서 16세의 나이로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고, 탁월한 실력과 미모를 겸비한 국민적 스타로 사랑받아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선 일본 선수단 기수로 활약했다. 그녀가 있는 곳이면 전세계 어디나 일본TV 중계카메라가 따라붙을 정도다. 후쿠하라의 128강 탈락은 충격적이다. 스포츠의 묘미는 이변에 있다. 스포츠에 영원한 1등은 없다. 1등이 계속 1등을 하고, 강팀이 언제나 약팀을 이기는 당연한 세상은 없다. 김경아 박미영이 떠난 후 '세대교체'를 선언한 대한민국 여자탁구에 새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코리아오픈 서효원의 단식 우승에 이어 파리세계선수권 박성혜의 '재발견'은 또 하나의 가능성을 밝힌 쾌거다. .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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