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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펜싱스타'신아람 "김연아-엄기준 팬, 이유는?"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2-09-04 10:19



'런던 펜싱 은메달리스트' 신아람(26·계룡시청)은 불굴의 아이콘이다. 개인전 '1초 오심'의 눈물을 닦고, 단체전에서 끝내 행복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미모의 그녀는 각종 언론 인터뷰, 예능 프로그램 섭외 1순위다. 질레트 퓨전 프로글라이드 '최고의 선수 어워드', 코카콜라체육대상 7월 MVP를 수상했고,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3(KBS)' '고쇼(SBS)' '1억 퀴즈쇼(SBS)'에 잇달아 출연하며 스타덤을 입증했다. 올림픽 이후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은메달을 뺏겼지만 전국민적인 사랑을 얻었다. 또렷한 이목구비의 신아람은 '예쁘다' '멋지다'는 주변의 찬사를 일부러 흘려 듣는다. "내가 생각해도 그 정도가 아닌데 옆에서 자꾸 띄워줄 때는 민망하다. 나는 그대로다"라며 웃었다. 인터뷰 내내 한결없이 담담한 그녀가 믿음직했다.

'1초 오심' 똑같은 상황 또 온다면?

'1초 오심' 직후 '눈물'의 이미지로 각인됐다. 런던올림픽 폐막식 영상에까지 소개됐다. 신아람은 사실 눈물이 많은 여자가 아니다. "웬만하면 안운다. 정말 화가 나면 운다. 내 혼자 힘으로 해낼 수 없는 일이 닥치면 스스로 화를 이기지 못해 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런던올림픽 에페 단체전 은메달 직후엔 눈물을 한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동료들이 우는데 나도 울어야 되나 싶었다. 근데 너무 좋아서 그런지 눈물이 찔끔도 안났다. 시상대에서 렌즈가 돌아가 눈을 만졌는데, 속으로 우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겠다 생각했다"며 웃었다.

신아람은 귀국 이후에도 '흐르지 않던 그 1초'의 상황을 수없이 떠올렸다. "과거를 돌아보지 않기는 힘들다.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똑같은 일이 또 일어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무조건 경기를 중단시키고 불리한 상황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게 할 것이다. 아예 준비자세를 취하지 않고, 거리를 충분히 떼어달라고 더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대한펜싱협회 런던올림픽 포상식에서 회장사인 SK텔레콤은 신아람에게 은메달에 준하는 특별 포상금(3000만원)을 추가지급했다. "은메달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 내 마음을 위로해주고자 하는 진심을 느꼈다. 무엇보다 그 마음이 감사하다"며 웃었다.

김연아, 엄기준 좋아하는 미녀검객 '평범한 게 좋아'

지난달 31일 '1억 퀴즈쇼'(SBS) 생방송 현장에서 만난 그녀는 조금도 긴장하거나 떨지 않았다. 흔들림이 없었다. "TV에 나온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내가 맞는지, 아직도 실감이 안난다. 길에서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도 신기하고, 나를 알아보시는 게 맞나 싶다. 꿈같다. 계속 그럴 것 같다"고 했다.

런던올림픽 이전까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이 없다. 태릉에선 언제나 '펜싱스타' 남현희 구본길에게 플래시 세례가 집중됐다. 속으로 '내가 나중에 메달 따면 나한테 어쩌려구 이러지'라고 생각했다. "'나도 메달후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근거없는 자신감 '근자감'이지만, 선수는 그런 자신감이 없으면 힘들다"며 미소지었다.


평범하지 않은 그녀는 "평범한 게 좋다"고 했다. 신아람은 '피겨여왕' 김연아의 팬이다. "김연아 선수를 좋아한다. 운동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고, 자기관리도 철저하고…, 나이도 어린데 존경스럽다"고 했다. "그런 선수가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럽다고 말하는 걸 보면서 이해가 됐다. 어딜 가든 뭘 하든 사진 찍히고… 같은 선수로서 정말 불편할 것 같다"고 했다. 런던올림픽 이후 생애 최고의 스타덤에 올랐지만 변하지 않는 이유, 평상심을 잃지 않는 이유다.

신아람은 배우 엄기준의 팬이기도 하다. 지난달 23일 질레트 '최고의 선수 어워드'에서 'CF 파트너'로 서슴없이 엄기준을 지목했다. "반전이 있어 매력적인 배우다. '드림하이'에선 자상한 역할이었는데, '파괴된 사나이'에선 살인자 역이었다. 배우로서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바쁜 스케줄을 쪼개 엄기준의 뮤지컬 '잭더리퍼'를 관람했다. 선배 언니의 도움으로 무대 뒤에서 간단한 인사도 나눴다. "인사는 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기억을 못하실 것"이라며 웃었다.

신아람은 9월부터 다시 피스트에 오른다. 14일 김창환배 펜싱대회, 대표선발전에 잇달아 출전한다. "상대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잘하는 선수가 어이없이 지기도 하는 게 펜싱"이라면서 "올림픽 이후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심할 것같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사람 일은 모르니까, 다음 올림픽에 기회가 주어질지 모르겠지만 펜싱선수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내 펜싱 인생에는 '오르락내리락'이 많았다. 바닥까지 떨어졌다 올라온 경험도 있다. 시련을 경험해야 큰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떨어진다 해도 치고 올라올 자신이 있다"고 했다. 조곤조곤한 어투에서 단단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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