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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충북 제천실내체육관, 현정화 대한탁구협회 전무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선수 시절에도 좀처럼 떨지 않던 '강심장' 현 전무가 긴장한 까닭은 '애제자' 서효원(24·한국마사회) 때문이었다.
'탁구 얼짱' 서효원은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 여자단식에서 난생 처음으로 결승에 올랐다. 상승세인 신세대 귀화선수 전지희(19·포스코파워)와의 맞대결이었다. 한국마사회 감독을 겸하고 있는 현 전무는 서효원을 결승 무대에 올린 후 밤잠을 설쳤다. 5년 전 현대시멘트 해체 직전 가능성에 반해 한국마사회로 스카우트해 온 선수다. 벤치에 앉기 직전 '백전노장' 현 전무는 서효원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이기려면 간절해야 한다. 우승은 언제나 좀더 간절하게 원하는 이의 몫이다."
눈 밝은 현 전무는 서효원을 가리켜 "내가 키우는 비밀병기"라고 공언했었다. 선수로서, 지도자로서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박상준 한국마사회 코치는 전경기를 꼼꼼히 복기한 후 비책을 전수했다. 스승들의 관심 속에 올 시즌 급성장한 서효원의 플레이는 매력적이다. 김경아(34·삼성생명), 박미영 등 걸출한 수비형 선배들을 보고 자랐지만, 못말리는 공격 성향도 동시에 지녔다. 수비 65%, 공격 35%의 공수 겸용 '트랜스포머'다. 수비로 꾸준히 깎아내다 어느 순간 공격 모드로 돌변한다. 수비가 막히면 공격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공격 타이밍을 노린다. 허를 찌르는 드라이브 한방에 상대의 리듬이 무너진다. 실업 6년차에 첫 여자단식 우승 꿈을 이루던 이날, 서효원의 포어드라이브 공격은 신들린 '백발백중'이었다. 기가 막힌 타이밍, 코스를 미리 읽고 막아서는 전술에 '전진속공형' 전지희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중학교 시절 손목뼈가 나갈 만큼 밤새 연마했던 파워 서브 역시 강력했다. 방패가 창을 뚫었다. '탁구 얼짱'에서 '탁구 짱'으로 거듭난 순간, 서효원은 자신을 이끌어주고 믿어준 스승들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소속팀과 선생님들 덕분이다.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며 감사를 표했다.
65년 전통을 자랑하는 국내 최고 권위의 종합선수권 우승으로 서효원은 이에리사-양영자-현정화 등 내로라하는 여자탁구 에이스 계보에 이름을 올렸다. 수비 전형 선수의 우승은 지난 1979년 박홍자 이후 무려 32년만이다. 2006년 곽방방(한국마사회), 2007~2008년 당예서(대한항공), 2009~2010년 석하정(대한항공)까지 5년간 중국 출신 귀화선수들이 호령했던 여자단식에서 5년만에 우승하며 국내 선수의 자존심을 확실히 세웠다. 소속팀 한국마사회는 곽방방 이후 무려 5년만에 여자단식 트로피를 탈환했다. 믿는 만큼 자라준 '애제자'의 쾌거에 '레전드' 현 전무가 활짝 웃었다. "언젠가 꼭 해낼 거라 믿었지만 내 생갭다도 한템포 빨랐다"고 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스승' 현 전무의 말에 서효원은 "1월 국가대표 선발전이 제일 중요해요. 딱 오늘 하루만 좋아할게요"라고 화답했다. 천하의 현 전무가 긴장하는 걸 처음 봤다는 귀띔에 서효원은 "정말요?"라며 눈을 동그랗게 치켜떴다. "저한테는 전혀 티 안내셨어요. 져도 된다고, 그냥 한번 붙어보라고…. 맘 편하게 붙은 게 우승 비결이예요"라며 생긋 웃었다.
제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