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는 마법을 부린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구부러졌다가도 어느새 원상태로 쭉 펴지며 선수들을 5m 이상 솟구치게 한다. 하지만 너무 심하면 이런 고탄성의 장대도 부러진다.
장대가 부러지면서 단면도 드러났다. 나무가 아니라 플라스틱 재질처럼 보였다. 장대의 변천사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세기 초에는 탄력이 좋은 대나무 장대를 쓰다가 이후 알루미늄과 유리섬유 제품이 도입됐다. 1980년대부터는 탄소 코팅 처리한 특수 유리섬유 재질의 장대가 쓰인다. 유리 섬유 자체가 탄성이 좋고 질기기 때문이다.
장대높이뛰기에 사용하는 장대는 재질이나 두께, 길이에 대한 제한 규정이 없다. 선수들은 자신에게 맞는 장대를 찾아 사용하면 된다는 뜻이다. 선수들은 한 대회에 보통 4~5개의 장대를 준비한다.
장대는 얼마 정도할까. 정 코치는 "미국의 P사와 U사의 제품이 장대계의 양대산맥이다. 국내외 선수들 대부분이 두 회사 제품을 쓴다"며 "수입가는 남자 장대의 경우 600~700달러(약 64~75만원)선, 여자 장대는 400달러 정도다. 부러지지만 않으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고 했다.
쿠들리카와 스타로두브세프는 힘을 잘못 썼다가 70만원 가량을 날린 셈이다. 깜짝 놀란 충격 탓인지 성적도 각각 9위와 12위로 좋지 않았다.
대구=국영호 기자 iam90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