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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육상]'바비인형' 클리시나 "은퇴후 모델 하고 싶어요."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1-08-29 14:31


29일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멀리뛰기에 출전한 클리시나가 스포츠조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최고 미녀스타로 떠 오른 '필드위의 바비인형' 다르야 클리시나(20·러시아)의 얼굴에는 미소가 끊기질 않았다. 28일 열린 여자 멀리뛰기 결선에서 6m50을 뛰며 7위에 그쳤지만 하루가 지났다. 기록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다 잊었다. 손톱의 매니큐어를 싹 지우면서 모든 것을 날려버렸단다. 때문인지 경기장에서의 차가운 표정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팬들의 관심이 즐거운듯 한국에서의 일상을 즐기고 있다. 긴 다리와 수려한 외모로 대구세계선수권대회 최고의 '얼짱스타'로 떠 오른 클리시나가 29일 대구 율하동 선수촌 근처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트랙위의 바비인형' 다르야 클리시나가 금메달에 도전한다.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 대구세계육상대회 여자 멀리뛰기 결선에서 다르야 클리시나(러시아)가 1차시기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육상선수야? 모델이야?'

클리시나의 달구벌 첫 출연은 단연 화제였다. 27일 여자 멀리뛰기 예선전부터 이상 분위기가 감지됐다. '미녀 선수로 유명하다'는 장내 아나운서의 설명이 이어지자 관중들은 일시에 주목했다. 전광판 화면에 그 얼굴이 크게 비치자 깜짝 놀랐다. 1m80 57kg의 완벽한 몸매와 연예인 뺨치는 화려한 외모에 순식간에 주변에 있던 팬들이 몰려 들어 연신 셔터를 터뜨렸다. 긴 다리를 이용해 점프를 할 때는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선수야? 모델이야?"라는 호기심 가득한 수근거림이 관중석을 뒤덮었다. 더이상 궁금해할 필요가 없다. 그에 대한 해답이 나왔다. 현재로서는 '선수'가 정답이다. 지난해 남성 잡지의 표지 모델로 나서 수위 높은 노출을 선보이며 전세계 남성팬들의 눈을 사로 잡았지만 육상을 알리기 위한 방법이었단다. 그는 "러시아에서는 육상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다. 절대 개인적으로 인기를 얻으려고 화보를 찍는것은 아니다. 이로인해 육상이 더 알려질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화보촬영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은퇴 후에는 '전문 모델' 클리시나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운동이 최우선이기때문에 운동만큼 끌리지 않는다. 운동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모델도 병행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은퇴후에는 모델을 할수도 있다." 말을 꺼내놓고 한참을 생각한다. 그리고는 애교섞인 투정이 나온다. "모델로 일하는거 힘들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메이크업도 해야 하고 오랜 시간동안 일해야 한다."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덕분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도 그에게는 큰 즐거움이다. "대구 스타디움에서 한국 남자 팬들이 사진 찍는 것을 봤는데 거절할 필요가 없다. 팬들이 있어서 내가 존재한다. 대구에서 이렇게 나를 반겨주는 팬들이 있으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인기 덕분에 미디어 노출 빈도도 높아지고 있다. 스포츠음료업체인 레드불, 스포츠용품업체인 나이키, 마케팅업체 IMG와 손을 잡았다.


클리시나.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발목 부상에 접힌 메이저무대 데뷔전의 꿈.

"이번 대회 준비 많이 했는데…."

첫 메이저무대(세계선수권대회, 올림픽) 데뷔전이었다. 대구로 향하는 마음은 가벼웠다. 지난 7월 17일 열린 23세 이하 유럽세계선수권대회에서 올시즌 2위 기록이자 개인 최고기록인 7m05를 뛰어 넘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3월 유럽실내육상선수권대회의 패권을 차지한 후 이어진 상승세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전세계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확실하게 각인시킬 기회였다. 우승을 노렸다. 예선에서는 1차시기만에 6m77을 뛰어 넘으며 가볍게 결선에 진출했다. 2009년 베를린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 브리트니 리즈(25·미국)에 대적할 상대로 꼽혔다. 하지만 28일 열린 결선을 앞두고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 대구스타디움에서 연습을 하던 도중 오른 발목에 통증을 느낀 것. 클리시나는 "얼음찜질도 하고 스프레이도 뿌렸는데 소용 없었다. 발목 통증 때문에 점프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최선을 다해 뛰었지만 기록이 저조했다"며 아쉬워했다. 특히 그는 "대회 준비과정이 좋았다. 준비가 아주 잘 됐었는데…"라며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가 세계 무대를 점령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스피드와 점프력을 바탕으로 한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클리시나는 "원래 단거리 선수에서 멀리뛰기로 전향했기 때문에 스피드에 자신있다. 하지만 아직 테크닉이 부족하다. 코치와 함께 점프뛰는 동작을 연습하고 있는데 요즘은 스카이워킹(점프한 뒤 공중에서 걷는 동작)을 몸에 익히고 있다"고 했다. 큰 키에서 나오는 뛰어난 점프력에 대해서는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자산이란다. "아버지는 키가 1m88이다. 배구와 높이뛰기 아마추어 선수를 병행하셨다. 어머니는 아마추어 스프린터였는데 1m66의 단신(?)이었다. 아버지로부터 운동신경을 물려받은 듯 하다."

'차도녀' 아닌 '수다쟁이'


경기장에서 그의 표정은 '얼음 공주' 이상으로 차갑다. 동료와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는다. 그만의 집중하는 방식이다. 그는 "경기장에서는 라이벌들과 경기에만 생각하기 때문에 혼자 집중하려고 한다. 그래서 늘 혼자 있다보니 표정도 차갑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일상생활에서는? 전혀 딴판이다. 수다쟁이일 정도다. "평소에 카페나 영화보러 가는 걸 좋아하는데 친구들과 함께 한다. 경기장 밖에서는 친구들과 수다를 정말 많이 떠는데 괜히 경기장에서 나오는 표정 때문에 차갑다는 이미지가 생긴게 아닌가 생각한다." 친구가 많다는 걸 강조했다. 아무래도 '경기장에서 왜 혼자만 앉아있나'라는 기자의 질문이 '친구가 없는게 아닌가'라는 뜻으로 들렸나보다. 여느 20세 소녀처럼 패션에 대한 관심도 지대하다. 경기장에서 보여줄 수 있는 패션은 반지와 손톱 매니큐어 정도. 경기장에 나설 때마다 매니큐어가 바뀐다. 예선과 결선에는 노란색 바탕에 갈색 얼룩무늬로 멋을 냈다. 하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그는 "매니큐어를 정말 사랑한다. 기분에 따라 그날 매니큐어 색깔이 바뀌는데 결선 끝나고 너무 화가나서 바로 다 지워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아무것도 바르지 않았다"며 두 손을 펼쳐 보였다.

클리시나의 귀국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국제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도시를 돌아보는 그만의 취미 때문이다. 클리시나는 "경기 때문에 아직 대구를 돌아보지 못했다. 이제부터 대구를 여행할까 생각하고 있다"며 잔뜩 기대감을 드러냈다. 클리시나가 현재까지 본 대구는 "습하지만 상당히 흥미로운 도시"였다.


대구=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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