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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육상]중장거리 강국 케냐, 칼렌진족에 비밀있었다

국영호 기자

기사입력 2011-08-28 11:31 | 최종수정 2011-08-28 12:07


◇여자 1만m에서 금 은 동메달을 싹쓸이한 케냐 선수들. 사진출처=IAAF 홈페이지 캡처

육상 중장거리의 절대 강자 아프리카 케냐는 그동안 올림픽과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수십개의 메달을 땄다. 올림픽에서 21개,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31개로 중장거리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다.

최근엔 더욱 강세를 보이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는 역대 최다인 6개의 금메달과 은, 동메달도 각각 4개씩 쓸어갔다.

27일 개막한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첫 날부터 힘을 발휘했다. 여자 마라톤과 여자 1만m에 금, 은, 동메달을 싹쓸이했다. 한 개의 메달도 놓치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케냐 선수들이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지친 기색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다른 나라 선수들이 결승선을 통과한 직후 다리가 풀리거나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다. 케냐 선수들 만큼은 팔팔했다. 한번 더 레이스를 할 수 있다는 표정이었다. 레이스 직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도 숨 차 하지 않고 막힘없이 말을 했다.

케냐 선수들은 왜 이렇게 강할까. 왜 지치지 않는 걸까. 의견이 분분하지만 전문가들은 케냐의 부족 문화에 주목한다. 케냐에는 43개 부족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달리기를 잘하는 칼렌진 족에 비밀이 있다. 이번 대회에 참가 선수 대다수가 칼렌진 족이다. 한 케냐 기자는 "이번 대회 케냐의 여자 마라톤 출전 선수는 모두 칼렌진 족이다. 1만m 우승자도 칼렌진 족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여러 부족 중에서도 칼렌진 족이 멈출 줄 모르는 질주를 할 수 있는 것은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역사생물학자들은 수천년간 이어온 칼렌진 족 특유의 소 도둑질 문화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가난한 칼렌진 족 성인 남성들이 결혼하기 위해서는 다른 부족들이 키우는 가축을 도둑질해야만 가능했다. 훔친 가축을 되팔아 결혼 자금을 마련해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혼기가 되면 남성들은 마사이 족 등 이웃 부족을 침투해 가축을 훔쳤다. 목숨을 건 레이스를 해야 했다. 달리기를 멈추는 순간 곧 죽음이었다. 못 달리는 남자는 결혼할 수 없었다. 생존의 레이스에서 살아남은 남자만이 결혼했고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을 가진 2세를 낳을 수 있었다.

칼렌진 족의 특성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팔 다리가 얇고 길다. 이는 근육이 많지 않다는 것으로, 장시간 달릴 수 있는 백근이 발달되어 있다는 걸 뜻한다. 백근은 지구력, 반대로 속근은 파워를 내는 근육이다. 백인들에게 속근이 많다.

뒤통수가 튀어나온 이른바 '뒤짱구'인 점도 특징이다. 이런 구조는 달릴 때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안정적인 자세로 레이스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인종에 비해 피로감도 덜 느낀다. 근육량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산소 소비량은 그만큼 줄어든다. 적은 에너지로 고효율을 내기 때문에 근육의 피로도도 낮은 편이다. 벵트 샐틴 코펜하겐 대학 교수는 "보통 사람들은 심한 운동을 하면 근육에 암모니아가 만들어지면서 피로를 느끼게 된다. 하지만 (케냐를 비롯한) 동아프리카 사람들은 심한 운동을 해도 유전적으로 근육에 암모니아가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밖에도 해발 1000m에 위치해 고지에서 살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심폐 지구력이 좋은 점과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절박함이 케냐를 중장거리 강국으로 만든 원천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칼렌진 족 인원은 440만명 정도. 세계적인 육상 중장거리 선수로 성장할 선수가 차고 넘친다는 얘기다.


대구=국영호 기자 iam90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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