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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차원 다른 고수들은 하수들과의 싸움에서 힘을 쓰지 않는다. 라이벌들에게 초반부터 자신의 몸상태를 있는 그대로 노출할 필요도 없다. 진검 승부를 위해 아껴두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허들러를 꿈꾸는 류시앙(중국) 올리버(미국) 로블레스(쿠바)가 그랬다. 셋 다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28일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10m허들 예선을 통과했다. 류시앙이 13초20으로 올리버(13초27) 로블레스(13초42)보다 조금 빨랐다. 총 16명이 준결선(29일 오후7시)에 올라 8명의 결선(29일 오후 9시25분) 진출자를 가린다.
올 시즌 랭킹 1위(12초94)인 올리버의 경기력 역시 흠잡을 데가 없었다. 허들링이 부드럽지는 않았지만 힘이 넘쳤다. 예선 레이스에 만족한 그는 "오늘 예선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 누가 우승할 지 예측은 힘들지만 내가 될 수도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로블레스는 셋 중 이날 기록이 가장 떨어졌지만 자신감은 최고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챔피언이며 현 세계기록(12초87) 보유자 다웠다. 그는 허들링을 할 때 너무 높게 타넘어 채공시간이 길었다. 그래서 기록이 좋지 않았다. 로블레스는 "오늘은 빨리 달릴 필요가 없는 날이었다. 다섯 번째 허들을 넘고 난 후 천천히 달렸다"고 했다.
남자 110m 삼파전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예측이 힘든 매치업이다. 미국 육상 전문지 트랙 앤드 필드는 로블레스, 올리버, 류시앙 순으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