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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개막하는 대구육상세계육상선수권의 서막은 여자 마라톤이 연다. 참가 선수들은 오전 9시 출발해 대구 시내 돌며 42.195㎞를 뛰게 된다.
개인전 메달은 힘들다는 관측이다. 세계 기록과 비교해 볼 때 개인별로 올시즌 기록이 한참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있는 기록의 척도인 2시간 30분대에 올시즌 한 명도 뛰지 못했다. 반면 한국 선수 외에 올시즌 베스트 기록이 2시간 30분 이내인 선수는 21명이나 된다.
단체전 메달은 내심 기대하고 있다. 단체전은 5명 중 상위 3명의 기록을 합산하는 방식으로 집계된다. 베테랑 정윤희와 유망주 김성은이 좋은 기록을 내줘야 한국육상 첫 세계선수권대회 메달이 가능하다.
김성은은 한국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30분벽을 넘은 선수다. 지난해 3월 동아마라톤대회에서 2시간29분27초(역대 4위·한국 기록은 1997년 권은주가 세운 2시간26분12초)를 찍었다. 마라톤 풀코스 도전 두번째 만의 쾌거였다. 하지만 그 이후 풀코스를 뛴 적이 없다는 게 변수다. 골반 부상 때문이다. 이달 초부터 본격적인 훈련을 했다. 김성은은 "현재 컨디션은 한창 때의 80~90% 정도다"고 말했다.
이번이 풀코스 세번째 도전인 대표팀의 막내인 최보라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주목할 만한 선수다. 근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큰 변수가 생겼다. 안타깝게도 한국에 유리하지 않다. 날씨가 도와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날 기상이 흐리고 비올 확률도 높다. 대구 지역 기온이 23~27도 가량 될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보고 있다. 30도 이상의 무더위 속에서 레이스를 예상했던 대표팀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애초 국내에서 가장 덥다는 대구에서 마라톤이 열리기 때문에 이를 십분활용하기 위한 훈련을 해왔다. 대구 특유의 고온다습한 날씨 적응을 위해 이달 초까지 강원의 땡볕에서 전지훈련을 해왔다. 스피드 대신 지구력에 초점을 맞춘 레이스를 준비해왔다"면서 "하지만 정반대의 상황이 됐다. 상대적으로 선선한 날씨 속에서 레이스를 펼칠 것 같다. 비도 올 것 같다. 이렇게 되면 무더위 적응 훈련은 거의 소용없게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기록이 좋은 아프리카 케냐와 에티오피아 선수들은 고온다습한 날씨에 약한 면모를 보인다. 따라서 이들이 30도 이상 무더위 속에서 강점인 스피드를 초반부터 낼 수 없을 것으로 보고 대표팀은 무더위 적응 전략을 세웠다. 국내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고옵다습한 날씨에 적응됐기 때문에 훈련을 통해 특화시켜온 것이다. 하지만 예상 밖의 저온 때문에 효과를 보기 힘들게 됐다는 것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스피드가 좋은 아프리카 선수들이 초반부터 치고나갈 경우 뒤처지지 않고 이들 페이스에 맞춰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이후 코스를 두 번 돈 뒤 마지막 12㎞부터 승부를 걸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루프 코스의 장점은 같은 코스를 여러번 돈다는 점이다. 국내 팬들이 응원을 한 곳에서 우리 선수들을 계속해서 응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응원을 많이 해주면 선수들이 좀 더 힘을 낼 것이다.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국영호 기자 iam90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