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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에 대한 리액션은 컸다. 진지할 때는 한도 없이 진지했다. 그러다가도 농담도 잊지 않았다. 좌중을 웃기는 능력도 탁월했다.
이후에는 쇼타임이었다. 중국 기자 한명이 손을 들었다. 대뜸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6년 사귄 여자친구가 있다고 했다. 언제 결혼할거냐?"고 물었다. 폭소가 터져나왔다. 볼트는 갑자기 난감한듯이 눈을 가렸다. 웃음을 참지 못했다. 어찌할바를 몰랐다. 웃음이 채 가시지 않은 얼굴로 "개인적인 것이라서 부끄럽다. 대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이라이트는 브라질 기자의 질문이었다. 그는 "나는 브라질에서 왔다. 그래서 축구에 대해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대체 언제부터 축구를 할 건가?"라고 물었다. 더 큰 폭소가 터졌다. 볼트는 크게 웃었다. 그러더니 진지하게 "28세 이후가 될 것이다"고 답했다. 모든 기자들이 볼트가 28세 되는 해를 머리속으로 계산하던 찰나였다. 볼트는 단 한마디로 덧셈을 소용없게 만들었다. "지금이라도 맨유가 나를 불러준다면 당장 영국으로 날아가겠다." 볼트는 맨유의 광팬이다. 물론 맨유에서 볼트를 선수로 불러줄리는 없다. 결국 계속 육상에 집중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면서도 "맨유가 올 시즌 우승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힘을 실어주었다.
기자회견을 끝낸 볼트는 단체 사진 촬영까지 흐르는 음악에 맞춰 랩을 하거나 홀로 춤을 췄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였지만 이날은 세계에서 가장 끼많은 사나이기도 했다.
대구=이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