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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육상]마라톤, 정신만 차리면 메달이 눈앞

기사입력 2011-08-12 14:15 | 최종수정 2011-08-12 14:15

마라톤 훈련
마라톤 대표팀이 12일 대구에서 최종 현지 훈련을 펼쳤다. 대표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대구=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유혹만 떨쳐내면 됩니다. 정신만 차리면 이번에 사고칩니다."

12일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선 황영조 대한육상경기연맹 마라톤 기술위원장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이날 아침 황 위원장은 마라톤 대표팀이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라톤 코스에서 마지막 실전 훈련을 갖는 것을 지켜봤다. 정진혁(21·건국대) 이명승(32·삼성전자) 등 5명의 남자 선수들은 26㎞를, 박정숙(31·대구은행) 김성은(22·삼성전자) 등 5명의 여자 선수들은 15㎞를 뛰었다.

모든 훈련을 지켜본 황 위원장이 정신력을 강조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이번 대회는 코스의 난이도가 아닌 선수들의 정신력에서 좌우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코스는 평탄했다. 15㎞코스를 3번 도는 루프(Loop) 코스였다. 2바퀴를 뛰고 난 뒤 마지막 바퀴는 수성못 구간을 떼어 낸 12.195㎞를 뛴다. 언덕이라고 말할 곳도 없다. 원래는 출발한 뒤 1㎞ 지점 앞에 청구고로 올라가는 언덕이 있다. 하지만 이 언덕 앞에서 코스가 오른쪽으로 빠진다. 6㎞지점에 나트막한 언덕이 하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표고차가 20m밖에 되지 않는다. 언덕이라 하기도 우습다. 결국 이번 마라톤은 42.195㎞내내 평지만 달리게 된다. 기록을 좋게 만들려는 국제경기육상연맹(IAAF)의 권고 때문이다.

레이스를 좌우할 요소는 바로 날씨다. 남자 마라톤 경기가 열릴 9월 4일은 고온다습할 것이다. 지난 10년간 대구의 9월 4일 평균 기온은 32℃에 달했다. 출발하는 아침 9시 역시 28~29℃ 정도다. 습도는 60% 가까이 된다. 이날도 출발했던 오전 9시 30분 기온은 29℃, 습도는 59%였다. 지면온도는 32℃였다. 경기 시작 후 기온과 지면, 습도는 서서히 올라갔다. IAAF가 측정하는 습구온도(습도 70%, 기온 10%, 태양반사온도 20%)는 33℃ 에 달했다. 야외 운동을 펼치기에는 상당히 위험한 환경이었다. 습구온도 측정에 나선 이동필 조직위원회 의무부장(동산의료원 응급의학과장)은 "이런 날씨에서 마라톤을 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다. 선수들도 상당히 힘들어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래픽뉴스] 대구세계육상선수권 마라톤 코스
이런 환경에서는 중도 포기자가 속출한다. 특히 평탄한 코스 때문에 레이스 초반 오버페이스를 한 선수들의 중도 포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루프 코스에서 경기가 열리는 것도 변수다. 코스를 한번만 도는 왕복 코스라면 어떻게든지 결승점으로 와야 숙소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루프코스이기 때문에 15㎞와 30㎞ 지점이 출발선이자 동시에 결승선이다. 여기에서 포기하면 숙소로 손쉽게 돌아갈 수 있다. 아프리카 선수들의 경우 초반에 선두 그룹에 들지 못했을 경우 중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에게 세계선수권대회는 메달 외에는 의미가 없다. 9월과 10월에 있을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체력을 아껴야 한다. 15㎞나 30㎞를 돈 뒤 선두 그룹에 들지 못했을 경우, 바로 포기해 숙소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한국 선수들에게 유리하다. 한국 선수들은 이번 대회가 올 시즌 마지막 대회다. 뒤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 에이스 지영준(코오롱)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정진혁과 이명승 황준현(코오롱)이 있다. 정진혁은 서울 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 9분28초를 달렸다. 베테랑 이명승은 경험이 많다. 황준현 역시 2시간10분43초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매 5㎞마다 조금씩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템포주법으로 나설 것이다. 초반에는 2,3위 그룹에서 뛰다가 대거 이탈자가 나올 30㎞이후에 스퍼트를 내겠다는 작전이다. 정신만 차리면 메달도 가능하다는 말도 이같은 작전때문에 나온 말이다.

여자 선수들도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정윤희 김성은 최보라가 핵심이다. 정윤희는 더위에 강하다. 최보라는 최상의 몸 상태다. 김성은은 기록이 좋다.

단체전 메달도 기대하고 있다. 원래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는 단체전이라는 종목은 없다. 마라톤 단체전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시상하는 것은 IAAF가 자신의 마라톤 월드컵 대회를 병행하기 때문이다. 상위 3명의 기록을 합산해서 우열을 가린다. 아프리카 선수들은 중도 포기자가 많다. 단체전을 낼만한 기록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 한국이 2007년 오사카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것도 아프리카 팀들의 자격 미달 때문이기도 하다.


여자 대표팀은 24일 선수촌에 입촌해 27일 오전 경기를 펼친다. 남자 대표팀은 경주에서 마무리 훈련을 한 뒤 9월 1일 선수촌에 둥지를 튼다. 대회 마지막 날인 4일 오전 9시 결전에 임한다.
대구=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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