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태환 "저에 대한 기대를 이제 정다래에게..."

"저에 대한 기대를 이제 다래에게… 다래도 열심히 했으니까요."

박태환(22·단국대)은 자유형 200m 경기를 4위로 마치고 돌아온 자리에서 대뜸 '광저우 금메달 동기' 정다래(20·서울시청)를 언급했다. 메달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깨나 무거웠던 모양이다. 바통을 슬쩍 정다래에게 넘겼다. "그런 부담감을 다 이겨내야 프로이고 경기를 웃으며 즐겨야 진짜 챔피언인데…"하더니 "2009년 로마세계선수권 이후 2년만의 큰 경기 출전이 설레면서도 많이 긴장됐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메달을 놓친 아쉬움보다는 큰일을 치러낸 후의 홀가분한 느낌이 전해졌다.

26일 중국 상하이오리엔탈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자유형 200m 결선에서 라이언 록티, 마이클 펠프스, 파울 비더만에 이어 4위로 골인했다. 1분 44초 92, 불과 0.04초 차로 메달을 놓쳤다. 1위 록티와는 0.48초 차, 2위 펠프스와는 0.13초 차이였다. 수영계의 레전드급 슈퍼스타들이 총출동한 '박빙의 레이스'였다. 주종목인 400m에 비해 거리가 짧은 200m에선 신체적 불리함과 턴, 돌핀킥의 차이가 더 크게 다가왔다. 중단거리 전향 후 스피드와 파워를 보강했고 돌핀킥과 턴도 독하게 준비했지만 접영을 주종목으로 하는 펠프스나 개인혼영 전문인 록티의 테크닉엔 2% 부족했다. 파워풀한 턴 뒤에 몸에 밴 돌핀킥을 7~8번씩 거뜬히 차내는 그들에게 간발의 차로 밀렸다. "100m 때 약간 턴이 늦었다. 턴을 좀더 잘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며 나름대로 패인을 분석하더니 "아, 지금 이런 얘기 하면 뭐해요"하며 피식 웃는다. 과거지사는 툭툭 털고 다시 마이클 볼 코치와 런던올림픽을 향한 준비를 시작할 참이다. 볼 코치는 400m 금메달 후에도 칭찬보다는 200m 이후 구간에서 목표기록을 지켜내지 못한 것을 채근했다. "저, 맞을 뻔했어요"라며 웃었다. 볼 코치에 대한 믿음은 절대적이었다. "아직 1년이 남았고 볼 코치님이 도와주실 거고, 도와주시는 걸 몇 배 이상 열심히 해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태환은 인터뷰 내내 '록티 예찬론'을 펼쳤다. 스물일곱살에 '레전드' 펠프스를 이기고 세계선수권 자유형 200m를 제패한 '대기만성' 록티는 멘토 삼고 싶은 선수다. 특히 완벽에 가까운 턴 동작은 꼭 배우고 싶다. "록티는 펠프스 때문에 베이징올림픽 때 주종목(개인혼영)에서 금메달을 놓쳤다. 그럼에도 꾸준히 열심히 해온 것이 뒤늦게 빛을 발했다"고 설명했다. "마주치면 웃으며 인사하고, 정말 정이 가는 친구다. 영어를 좀만 더 잘하면 진짜 친해지고 싶은데…"라며 절대호감을 표했다. 전날 파울 비더만을 우량한 고래, 마이클 펠프스를 날렵한 갈치에 비유했던 박태환은 록티의 탄탄한 몸을 티타늄으로 만든 '아이언맨'에 비유했다. 록티처럼 오래 선수로 남고 싶은 생각은 없냐고 우회적으로 물었다. 런던올림픽이 사실상 선수생활의 끝이 될 것으로 내다보는 시선이 많았다. "주위에서 은퇴라고 말하시는데 은퇴했다 돌아오는 선수들도 있고, 런던 이후 계속할 수도 있고…"라며 여지를 남겼다. "아직 모른다. 일단은 런던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얻고 싶다"고 했다.


상하이(중국)=전영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