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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첫단추' 400m에 올인해야 하는 이유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1-07-19 12:04 | 최종수정 2011-07-19 12:23


박태환이 18일 약속의 땅 상하이 입성했다. 사진=YTN 화면 캡처

자신감이 넘쳤다. 블랙 페도라를 쓰고 스트라이프 카디건을 걸친 '패셔니스타' 박태환(22·단국대)이 18일 상하이 푸동공항에 첫 발을 디뎠다. "런던으로 가는 전초전인 만큼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훈련한 만큼만 하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 믿고 있다"고 했다. 검게 그을린 얼굴이었지만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았다. 19일 오후부터 상하이 적응훈련에 들어갔다.

2011년 상하이세계선수권에서 자유형 100-200-400m에 출전하는 박태환의 성패는 주종목인 400m에 달렸다. 24일 펼쳐지는 첫 경기에서 쑨양(20, 중국) 파울 비더만(25,독일) 야닉 아넬(19,프랑스) 등 쟁쟁한 경쟁자들과 맞붙는다. 기선 제압이 중요하다. '승부사' 박태환은 한번 꽂히면, 몰아치는 스타일이다. 베이징올림픽, 광저우아시안게임 등에서 이미 입증됐듯이 첫 단추를 잘 꿰면 이후 레이스는 일사천리였다. 반면 자유형 400m에서 첫 단추를 잘못 꿴 2009년 로마세계선수권에선 전종목 탈락의 시련을 맛봤다.

2월부터 6개월간의 혹독한 지옥 훈련을 성공리에 마쳤다. 마이클 볼 코치는 광저우아시안게임 3관왕 직후 "박태환의 영법과 스트로크는 세계적 수준이지만 돌핀킥 등 아직 고칠 점이 많다"고 지적했었다. 장점을 끌어올리고 단점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박태환은 또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박태환이 보유한 한국최고기록은 지난해 광저우에서 세운 3분41초53이다. 세계최고기록은 파울 비더만이 2009년 로마세계선수권에서 전신수영복을 입고 세운 3분40초07. 1초46의 차이다. '최고의 라이벌'로 꼽히는 '신예' 쑨양이 지난 3월 중국춘계수영선수권에서 3분41초48을 기록했다. 올 시즌 400m 세계최고기록으로 박태환보다 0.05초 앞섰다. 박태환은 지난 6월 산타클라라국제그랑프리에서 3분44초99, 올시즌 3위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볼 코치의 작전대로 힘을 빼고 페이스를 조절한 경기였기 때문에 기록 자체는 의미가 없다. 주목할 만한 기록 향상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상하이 첫 레이스이자 자신의 주종목에서 또 한번의 신화에 도전한다.

쑨양과의 라이벌전에 대해 물으면 박태환은 언제나 "내 목표는 쑨양이 아니라 세계신기록"이라고 답해왔다. 상하이 입성 인터뷰에선 한국최고기록 경신을 목표 삼았다. 하지만 '경기 당일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세계신기록도 노려볼 만하다'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훈련이 잘됐다는 뜻이다. 호주 마이클 볼 수영 클럽에서 박태환과 훈련을 함께 해온 라이언 나폴레온(21)은 호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400m에선 박태환이 중국의 쑨양보다 더 위협적"이라며 "두 선수 모두 세계기록을 염두에 두고 기록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귀띔했다. 6개월 지옥훈련을 함께 견뎌온 '박태환 훈련 파트너'의 입에서 나온 말이기에 그 어떤 말보다 신빙성이 있다. '마린보이' 박태환은 "걔는 왜 쓸데없는 소리를 했대?"라며 쿨하게 웃어넘겼다는 후문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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