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육상 男100m, 실격선언 번복된 이유는

2011년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결선에서 선수들이 스타트하고 있다. 고베(일본)=이 건 기자 [e-mail]

일본 고베에서 열리고 있는 2011년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선수를 내쫓았다가 부랴부랴 다시 들어오게 하는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대회 둘째날인 8일 남자 100m 결선에서였다. 출발 총성이 울리는 순간 출발선 옆 동작 감지 센서가 깜빡였다. 심판은 부정출발을 선언했다. 범인은 6레인에서 뛰던 에리구치 마사시(일본)였다. 심판은 파울을 범한 에리구치의 레인 기둥 위에 레드카드를 얹었다. 실격이었다. 육상에서는 출발반칙을 범한 선수는 바로 실격시킨다. 에리구치는 출발선 앞에서 주저앉았다.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선수 대기실로 돌아갔다.

일본선수단에서 공식 항의를 했다. 선수들은 뒤로 물러나고 심판진들이 모였다. 동작 감지 센서를 확인했다. 바로바로 결과가 출력된다. 논의를 마친 심판진은 6번 레인 기둥위에 있던 레드카드를 다시 가져갔다. 그리고는 에리구치를 다시 경기장으로 불렀다. 이 장면을 지켜본 대한육상경기연맹 관계자는 "총성이 나기전에 출발하면 부정 출발이다. 바로 실격이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부정 출발과 출발 총성의 간격이 0.1초내라면 구두 경고에 그친다. 인간의 감각으로는 잡아낼 수 없고 센서만 잡아낼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경우에는 일단 센서를 확인한 뒤 실격시켜도 된다. 심판진의 결정이 너무 일렀다. 결국 에리구치가 돌아왔지만 심리적 부담으로 제 기록을 내기는 힘들 것이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였다. 심적 부담을 받은 에리구치는 10초28로 2위에 그쳤다. 자신의 최고기록인 10초07에 훨씬 뒤쳐졌다. 금메달은 10초21을 기록한 수빙티안(중국)이 차지했다.
고베(일본)=이 건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