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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환향 조코비치 '왕이라고 불렸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1-07-05 14:05 | 최종수정 2011-07-05 14:05


호주 일간지 헤럴드 선은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의사당 광장을 뒤덮은 조코비치 환영열기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사진=헤럴드 선 홈페이지 캡쳐

구름같이 모여든 군중은 그를 'King(왕)'이라고 불렀다.

군중 손에 쥐어진 수천개의 국기가 거대한 물결을 이뤘고, 밤새도록 하늘을 찌르는 함성은 세르비아 나라 전체를 뒤흔들 것 같았다.

국기 사이에 펼쳐진 수많은 플래카드에는 '놀, 당신을 사랑해요(Nole we love you)', '놀은 왕이로소이다!(Nole the king!)'이란 문구가 영웅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놀(Nole)'은 노박 조코비치(24)의 애칭이다. 조코비치가 금의환향한 날(5일·한국시각) 고국 세르비아의 열기에 외신들도 깜짝 놀랐다.

AFP 통신 등 해외 언론들은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의 의사당 건물앞 광장에 운집한 수만명의 환영인파 표정과 현장 분위기를 타전하며 새로운 테니스 영웅의 인기를 방증했다.

4일 막을 내린 올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윔블던 테니스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조코비치는 어린 시절 전쟁의 폐허 속에서 힘겹게 선수의 꿈을 키워온 인간승리의 표본이어서 세르비아 국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 그가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의 벽을 깨고 마침내 윔블던의 정복하며 세계랭킹 1위로 부상하자 전쟁의 상처를 아직도 안고 있는 세르비아 국민들은 열광할 수 밖에 없었다.

베오그라드 공항에서 어머니, 두 동생과 함께 오픈카로 개조한 카퍼레이드 버스에 올라탄 조코비치는 의사당 광장까지 2시간여 동안 연도에 늘어서 국민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조코비치가 거쳐간 도로는 영웅의 귀환을 구경하려는 팬들의 차량과 경음기 소리로 꽉 메워졌고, 조코비치 일행을 태운 버스만이 수십대의 경찰차 보호 아래 무사 통과할 수 있었다.

조코비치가 광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록밴드의 축하공연으로 분위기를 띄워놓은 상태였다. 윔블던 트로피를 손에 진 조코비치가 중앙무대에 오르자 환영 함성은 절정에 달했다. 세르비아의 민영방송은 이 모든 과정을 생방송으로 중계했고, 현지 언론들은 세르비아 국가 역사상 이렇게 뜨거운 환희의 드라마는 없었다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정말 믿을 수 없는 환영식이다. 내 생애 최고의 날인 것 같다. 국민 여러분께 영원한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소감을 밝힌 조코비치는 "이런 환영파티는 세르비아 국민 만이 연출할 수 있다. 그래서 여러분은 세계 최고다"라고 경의를 표했다.

조코비치는 두 동생과 함께 록밴드의 반주에 맞춰 세르비아 최신 히트곡을 즉석에서 불러 보이는 쇼맨십도 잊지 않아 큰 웃음을 선사했다.

보리스 타디치 세르비아 대통령도 "조코비치가 조국 세르비아를 위해서 참으로 위대한 일을 해줬다"며 그를 아낌없이 치하했다. 1998년 코소보-메토히야 자치주에서 세르비아 정부군이 알바니아계에 대한 무자비한 인종 청소작전을 펼친 '코소보 사태'로 인해 한때 국제사회에서 완전 고립된 세르비아였다.

이후 인종분쟁과 내전을 거치면서 악화된 국가 이미지가 조코비치로 인해 크게 향상되는 등 세르비아의 정치·외교에도 귀중한 전기가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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